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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산의 매력 [ 2008.09.17 ]

일본의 산의 매력에 푹 빠졌습니다. 자신과의 싸움을 마음껏 즐기게 해 주는 일본의 산의 매력에 빠졌습니다.

매년 1월 1일 새벽이면 우리 가족을 깨우시고 산에 올라 일출을 봐야만 새해다운 새해의 시작이라고 믿으시는 아버지 덕에 한국에서 안 올라 본 산이 없었지만 그 땐 아버지의 성화에 못 이겨 졸린 눈을 비비며 올라가는 산이었습니다.

지금은 제가 좋아 산에 오릅니다. 제가 살고 있는 가나자와는 산이 많아 조금만 걸으면 가나자와를 둘러싸고 있는 산들을 오를 수 있습니다. 작년에 얼떨결에 오른 후지산의 후유증을 심하게 앓고 난 후 운동 삼아 산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산에 가득한 대나무가 너무 좋았고, 곳곳에 숨어있는 작은 진자를 찾는 재미도 있었고, 거기다 날씨가 좋으면 바다까지 볼 수 있어 산을 오르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올 여름 도쿄에서 일본어 공부를 한다는 핑계로 5주간을 도쿄에서 지냈습니다. 도쿄에서의 생활도 나름 재미있었지만 가나자와의 자연이 너무 그리웠습니다. 그래서인지 도쿄에서의 마지막 주도 도쿄에서 가까운 외곽의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는 에노시마, 가마쿠라, 하코네등의 명소들을 찾아다녔습니다.

가나자와 돌아와서 제가 얼마나 산을 그리워했는지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돌아오자마자 개강 준비를 미리해놓고 다시 짐을 쌓습니다. 마침 친구중의 하나가 일본의 북 알프스라 불리는 곳의 산들 중 가라사와라는 산의 산장에서 일을 하며 여름을 보내고 있어 친구를 찾아 볼 겸 산행을 결심했습니다. 가나자와에서 준비하는 동안은 그렇게 좋은 여름날씨였건만 출발이 예정된 날부터 일주일간의 비가 올것이라는 일기예보덕에 주변 사람들의 걱정을 많이 샀습니다.

산행을 위해서는 북 알프스중 히다횡단 루트의 관문인 카미코지에 가야했는데 카미코지는 산으로 둘러쌓인 곳에 위치하므로 제가 살고 있는 가나자와에서는 버스를 3번이나 갈아타야 했습니다. 가나자와에서 짚으로 얻어 만든 지붕으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시라가와고까지 1시간 10분, 그곳에서 리틀 쿄도라고 불리는 타카야마까지 다시 1시간 10분, 1시간에 1대씩 있는 완행버스를 타고 타카야마에서 히라유온센까지 1시간 그리고 히라유온센에서 카미코지 30분... 버스만 4번 총 3시 50분 정도의 버스여행. 버스를 갈아타는 곳이 일본의 문화유산이 많은 곳이어서 기대를 많이 했는데 가나자와 역에서 출발하는 순간부터 일기예보대로 비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목적지에 도달하면 1시간 정도씩 비가 멎어 보고 싶었던 곳들을 다 둘러 볼 수 있었습니다. 정말 운이 좋구나라고 생각하면서 즐거워했습니다. 그러나 히라유온센에 도착하니 낙석때문에 도로가 파손되어 큰비로 유실된 곳도 있어 카미코지까지 가는 버스가 없다는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들었습니다. 내 운도 다했군 하며 돌아가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근처에서 묵을 곳을 찾고 있던 중 카미코지에서 버스가 도착했고 도로가 정비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엄청난 비 속을 뚫고 온 그 버스를 타고 다시 비를 뚫고 달려 카미코지에 도착했습니다.

카미코지에 도착한 순간부터 가슴이 뛰기 시작했습니다. 구름속에 덮혀 있는 산, 비 때문에 더 푸르게 보이는 숲, 눈 앞에 걸려있는 계곡을 건너는 다리... 상상한 것 이상으로 아름다운 풍경이었습니다. 이 아름다운 풍경속으로 걸어 들어가 산을 오르다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벅찼습니다. 카미코지에서 하루를 묵고 아침 6시 오락가락하는 비를 함께 등반하는 친구삼아 산을 올랐습니다.

묘진이라는 산이 비치는 거울같은 호수를 지나, 너무나 맑아 바닥의 자갈들이 다 보이는 계곡을 따라, 원시림같은 숲을 통해, 산을 돌아돌아 3시간 정도 걸으니 북 알프스 중 가장 아름답다는 봉우리 야리가타케와 일본에서 3번째로 높은 봉우리 오쿠호다카를 가르는 요코라는 곳에 도착했습니다. 여기서 저는 오쿠호다카쪽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한국 산들과 다를 바 없네라는 생각을 하며 부지런히 오르던 중 계곡에 아래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것을 발견 했습니다. 바로 비로 인해 미끌어진 만년설이었습니다.

만년설을 본 그 곳부터 한국의 산들과 다른 점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의 산보다 훨씬 가파르고 겹겹히 놓인 산 줄기, 끝이 보이지 않는 산 봉우리들의 연속... 그리고 높은 고지의 특성상 작은 나무들...그런 것들을 사진에 담고 가슴에 담으며 오르다 앞선 등산객들이 조심조심 만년설을 발고 다지며 오르고 있는 모습이 보았습니다. 와!!! 태어나서 처음 보는, 처음 만져보는, 처음 걸어보는 만년설... 너무 좋아 지금껏 힘들게 걸어온 5시간이 산행이 눈에 다 묻히는 것 같았습니다... 감동!!!! 감동을 뒤로하고 30분 정도로 더 걸어 친구가 일하고 있는 가라사와 휴테라는 산장에 도착했습니다. 가라사와 휴테는 가라사와 칼이라 부르는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진 곳에 위치한 산장입니다. 병풍처럼 둘러 싼 봉우리들은 이곳에서 가장 험난하다는 기타호타카, 아름다운 가라사와, 일본 제3의 최고봉 해발 3190미터의 오쿠호타카, 그리고 앞에 보이는 니시호타카, 마에 호타카... 이 초록 병풍과 같은 산들이 만년설을 곳곳에 숨기고 정말 그림같이, 아니 그림보다 더 아름다운 모습을 자랑하고 하고 있었습니다.

전 가라사와 휴테에 도착해 짐도 풀기 전에 비가 오는 날씨에도 경치에 넉을 잃고 있었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미리 도착하신 분들도 그리고 제 뒤를 따르시던 분들도 다들 탄성을 지르고 계셨습니다. 해발 2310미터의 산장.... 아름다운 경치.... 그리고 오랫만에 보는 친구... 모든 것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친구가 왜 이곳에서 여름을 보내야 겠다고 고집했는지 한번에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설명할 수 없는 감동에 가슴이 퍽찼습니다.

어느 봉우리를 오르게되었는지... 또 어느 산을 등반하게 되었는지 다음에 계속 쓰겠습니다.

박혜영, 일본 가나자와 공업대학교 영어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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