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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자와에서 느낀 부족함 [ 2008.01.22 ]

가나자와는 일본에서도 예의범절이 가장 바른 곳 중에 하나라고 한다. 예의를 지나치게 차리는 것이 일상인 이곳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남에게 내보이는 일에는 매우 서툴다. 그래서인지 작은 관심을 보이는 것 만으로 가끔은 이들을 기쁘게 하기도 한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 기뻐하는 것 뿐이지 속마음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이 곳 사람들은 작은 관심에도 놀라는 경우가 있다.

쉽게 말하자면 나에겐 함께 커피를 한 잔 하는 일은 그리 친한 친구가 아니어도 나눌 수 있는 일이다. 친한 친구에게 표하는 감정을 100이라 할 때 함께 커피를 마시는 일은 30의 감정만으로 나눌 수 있는 작은 일인데 감정의 교류에 익숙하지 않은 이곳 사람들은 이것만으로도 기뻐하거나 혹은 너무 부담스러워 하기도 한다. 이들에겐 나의 30의 감정이 70 혹은 80 이상의 큰 일로 받아드려지기도 한다. 그래서 이곳에서 만난 일본인들은 나를 친절한 한국인으로 여긴다. 사실 난 그렇게 친절한 사람이 아닌데도 말이다.

작은 일에 기뻐한다는 것 좋은 일이지만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작은 일에 기뻐함으로 돌아올 때도 작은 것으로 돌아와 실망하게 되는 때문이다. 이곳에서 생긴 친구를 만나서 감정을 나누거나, 서로 무엇인가를 기대할 때 작은 일로 돌아오거나, 아님,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정말로 실망하게 될 때가 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 것이 사랑에서도 적용된다는 것이다. 작은 일에 기뻐하는 사람에게서는 사랑도 작은 사랑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 사랑을 주고 받는 것으로 계산할 수 없다는 것은 알지만 사람이라는 것이 준만큼 받길 원하기 마련인것 같다. Give and Take 말이다.

같이 일하는 외국인 강사 중에 일본인 남자선생님을 좋아하는 분이 있다. 여자 외국인 선생님은 우리가 영화에서 많이 보았듯이 사랑에서는 열정적인 그런 사람이시다. 여자 선생님은 좋아하는 분을 위해 그 분의 감정뿐만이 아니라, 시간도 많이 할애하시고 선물이며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의 사랑을 표현하신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다른 사람들의 눈을 의식한 남자 선생님의 절제된 감정뿐이었다. 심지어는 여자 선생님께서 일본에선 대부분의 상황에서 No라고 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혹시 내가 싫은데 No라고 말하기 불편한 것은 아니냐고 묻기까지 하셨다. 우여곡절 끝에 알아낸 결론은 그 남자분도 이 분을 좋아하고 계셨다. 하지만 항상 50만의 감정을 교류하는 이곳에서 자란 남자선생님에게는 나나 여자 선생님이 느끼는 부족한 감정이 그 분의 100이였던 것이다.

큰 사랑을 준 사람은 자신도 그 만큼 큰 사랑을 받게 될 거라고 기대하지만 작은 사랑에 기뻐하고 작은 사랑만 줄 줄 아는 사람에게서 그 큰 사랑을 기대하긴 어렵다. 그래서 큰 사랑을 준 사람은 실망하게 된다. 연애에서 흔히들 더 많이 좋아하는 사람이 약자가 된다고 말하는 것 처럼 기대한만큼 돌아오지 않는 사랑에 실망으로 얼룩져 큰 사랑을 준 사람은 약자가 되어 버린다. 사실은 그게 작은 사랑에 익숙한 사람이 줄 수 있는 것의 전부인데도 말이다. 옆에서 이런 상황을 지켜보는 나는 사실 안타깝기까지 하다.

일본 사람들이 우리나라 사람에 비해 차갑다고 말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하지만 이곳에서 지내면서 느낀 것인데 우리가 차갑다고 느끼는 이유가 우리가 너무 많이 기대하기 때문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감정을 다 표현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 아니라고 배우고 자란 일본 사람들은 우리가 느끼는 이웃간의 정, 동료간의 정이라는 것을 알지도 못하고 또,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차갑다고 느껴지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애에서도 더 좋아하는 사람이 더 바라는 것 처럼 더 깊은 감정을 공유하는 우리가 일본 사람에게도 똑같이 깊은 감정을 공유하길 바라기 때문에 차갑다고 느끼는 것은 아닐까? 우린 부족하다고 느끼는데 일본 사람들에게 그것이 전부여서 더 이상 줄 수 있는게 없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박혜영, 일본 가나자와 공업대학교 영어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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