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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틱 하시네요 [ 2007.03.20 ]

25살이 되는 올해의 나는 긴장의 연속이다. 선택 그 갈림길에서 수많은 고민 끝에, 경제적 능력의 성취 보다는 자아실현의 욕구를 우위에 두고 대학원이라는 곳을 선택했다면 과연 솔직한 답변일까. 질문을 받은 적도 없지만 나는 항상「나는 나의 선택에 대해 만족을 하는가」등등 몇 가지의 질문을 혼자 마음속에 상정하고 거기에 대해 끊임없이 대답하려 애쓴다. 얼마 전까지 꽤 오랜 시간동안 애착을 가지고 답변하기 위해 혼자 마음속으로 고민한 특별한 질문이 한 가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최근 아는 선배로부터 소개팅 제안을 받고 소개 자리에 나간 적이 있다. 소개팅이라. 지금까지 살면서 소개팅이란 것은 한번도 해보지 않았던 터라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약속 장소에 나가게 되었다. 최근 들어 이처럼 떨어 본 적이 없던 거 같은데. 평소 느끼던 것과는 다른 색깔의 긴장이기도 하면서 오랜만에 기분 좋은 외출이었다. 저녁식사 자리를 만나는 장소로 택하였기 때문에 소개받은 분과 나는 음식 테이블 위에서 첫인사를 주고받게 되었다.

「안녕하세요, 아, 네. 아, 그러시군요. 아, 그렇구나. 아, 네 맞아요. 감사합니다, 아.」

평소 본인은 상대방에게 딱히 정말 호의적인 감정을 갖고 있어서가 아니라 상대방의 말을 예의주시하며 듣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어 주기 위하여 맞장구(あいづち)를 즐겨 한다. 일부러 노력한다고 하기 보다는 아예 몸에 배어 버린 언어 습관이다.

「굉장히 일본틱 하시네요, 일본어 전공이라 그러신가. 일본에서 오래 사셨나 보네요.」

돌아오는 상대방의 말에 나는 순간 어떠한 맞장구를 쳐야 할지 고민스러웠다. 조금은 당황스런 멘트에「아, 네, 아니요. 일본에는 대학교 때 교환학생으로 1년 공부하러 간 것 이외에는 몇일 여행정도..」라 대답을 했다. 그 이후로 남자 분은 무어라 무어라 말씀을 이어 나가셨는데 솔직히 무슨 내용이었는지 기억에 남지 않는다. 내 머릿속에는 일본틱 이라는 단어가 남아 궁금증을 유발시켰기 때문이다. 내 첫인상이 그러한가? 나의 언어 습관이 독특한가? 일본틱이 뭐지? 고질병인 꼬리에 꼬리를 문 질문 퍼레이드가 이어지기 시작했다.

서당 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堂狗風月:무식한 사람도 유식한 자와 같이 있으면 다소 유식해 진다!) 대학원에서 3학기 공부하며 나름대로 일상생활에서의 소소한 의문점 하나까지 연구 테마와 연결 시켜 보는 것(연결 시켜 보기만 하는 것)이 습관이 된 나는 문득「일본틱」이라는 단어에 집착을 하게 되었고 그 다음 단계로「일본틱」이라는 것이 어떠한 것인지에 대하여 의문을 품게 되었다. 우선 일본틱이라는 단어는 최근 만들어 지는 신조어들 가운데 새로 생겨난 파생 접미사의 한 형태임에 틀림없다.「-틱 하다」라는 표현은「일본-틱」으로 형태소의 경계가 분명하고,「일본(인)은 아니지만 마치 일본(인) 같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참고적으로「‘-틱」의 유래는 영어의 형용사화 접사인「-ic」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다음으로「일본틱 하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생각하던 중 예전에 읽은 한일간의 언어적, 비언어적 표현을 중심으로 한 연구 논문인 이문화권간의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논문을 떠올려 보았다. 나라마다 넓은 의미에서의 언어 행동, 특히 경어적인 측면에서 이것은 고정되어 있지는 않지만, 사람이나 장면에 따라서는 일정한 패턴을 볼 수 있다. 일본에서는 간단한 선물을 건넬 때「どうぞ(부디,제발)」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하거나, 식당에서 종업원을 부르거나 혼잡한 길에서 어깨를 스쳤을 때도 서로 약속이나 한 듯이「すみません(미안합니다)」이라는 말을 하게 된다. 아침, 낮, 저녁이라는 시간대에 따라 인사말이 달라지며, 식사하기 직전과 식사를 마친 다음의 말도 습관화된 표현이 행하여지고 있다. 이러한 표현이 많다고 해서 그 나라의 문화가 우수하고, 적다고 해서 열등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습관화된 표현이 많으면, 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하는 순기능이 있음도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다. 따라서 습관화된 언어를 많이 터득하고 개발할 때, 비로소 문화적인 충돌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연구 결론이었다.

흔히들 일본인은 대화를 할 때 한국인들 보다 더 많은 맞장구를 치고, 반응도 적극적으로 나타내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일본틱 하다는 말이 기분 나쁘지도 않을뿐더러 내가 일본에서 살았던 경험은 어디 내세우지도 못할 만큼 긴 시간이 아니었기 때문에, 짧은 시간 동안 그들의 문화에 익숙해져 버렸다고 하는 것은 비약인 듯 하다. 더군다나 2003년도 유학이후 벌써 4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버리기도 했다.

일본인은 세계적으로 친절하기로 유명한 민족이다. 그리고 한국인은 정이 많은 민족이라 말한다. 친절한 것과 정이 많다는 것은 어찌 보면 껍질과 속처럼 그 경계가 있는 것만 같다. 하지만 껍질은 우선적으로 밖으로 보여 지기 때문에 중요하고, 속은 깊이 알아 갈수록 드러나는 것이기 때문에 둘 다 모두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요즘같이 인간관계가 다양해지고 단시간에 첫인상을 심어주어야 하는 스피디한 만남들이 늘어가는 시대에 있어, 커뮤니케이션의 중요 도구로서「나는 당신의 행동과 말에 관심을 가지고 눈과 귀를 모으고 있습니다」라는 것을 나타내는 맞장구 표현은 국가 구분을 불문하고 그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은「저 사람이 나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구나」라는 호의적인 인상부터 심어 주어야 그 다음으로 진면목을 알 수 있는 단계로 넘어갈 수 있지 않을까.

소개팅을 한 상대와는「일본틱」이라는 단어와 관련된 일들과는 전혀 무관한 이유로 인연이 되지 않았다. 일본틱이든 한국틱이든 서로 다른 문화간의 충돌이 발생 했을 때 그것을 이국(異国)이라는 테두리에 가두어 보면 괜히 머리아파진다. 같은 한국 사람들끼리도 어찌나 천차만별인지, 살아가면서 점점 느끼는 것이지만 정말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다. 그냥 문화 차이라는 대단한 개념 말고 너와 나는 다르고,「나는 네가 나와 다른 것을 우선 인정해」로 시작한다면 옆에 있는 가족 끼리든 저 멀리 아프리카 어느 부족의 사람과의 관계든 문제는 좀 더 간단해지지 않을까.

아무튼 일본 사람들은 한국(인)틱 하다는 말을 과연 사용하고 있을지, 사용한다면 과연 어떠한 뉘앙스로 사용하고 있을지에 관한 테마도 연구 주제가 될 수 있을지 괜히 궁금해진다. 또 고민의 시작이다.

최지희 칼럼니스트, 고려대학교 대학원 일문과 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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