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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화감에 대한 위화감 [ 2007.03.19 ]

나는 아직도 프랑스어를 공부한다. 내 주위를 보면 교회에 다니며 이국에서의 외로움을 이겨내는 한국인이 많은 듯한데, 나는 이상하게 한국어와 일본어가 들리지 않는 곳에 있을때 비로소 정신적인 안정을 느끼곤 한다. 동등하게 1…1로 서있는 느낌, 인간…인간으로 토론이 가능한 장소를 발견한 듯한 착각이 든다. 어느 날, 나에겐 교회와도 같은 프랑스어 학원이 5일간 집중강의가 있음을 알려왔다. 나는 이 강의를 꼭 수강하고 싶었기에 일주일이나 고민했다. 선생님이 일본여자였기 때문이다.

선생님이 네이티브가 아니라면 실력은 있는 사람인가에 대한 고민이 아니라 단지 일본인이라는 사실에 일주일을 꼬박 고민하고 있는 나를 보고 남편은 차라리 ‘차별을 하는 선생님입니까?’ 라고 물어보라고 했다. 자기 돈을 내고 배우면서 이렇게 선생님 눈치를 보고있는 내가 한심하게 느껴졌다. 일본인과 한지붕밑에서 살고있는게 맞는건지 내 눈이 의심스러웠다. 왜 아직도 이런 고민을 하고있는건지, 일본에서의 시간이 모두 부정당하는 느낌이 들었다.

일본인은 내가 한국인임을 밝혔을 때, 곧잘 ‘위화감이 없네요’ 라고 말한다. ‘위화감’이란 단어를 말하지 않는 사람들은 위화감을 느꼈다는 것이고, ‘위화감이 없네요’ 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결국은 ‘당신은 외국인입니다’ 라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다, 나는 한국인이고 외국인이다. 다만, ‘위화감’이라는 단어에는 언제나 기분이 나빠진다. 일본인이 말하는 위화감이란 과연, 어떤 것일까? 콘택트 렌즈속에 이물질이 들어가 있어서 하루종일 불편한 그런 느낌일까? 렌즈를 빼야 비로소 편해지는 그런 느낌일까? 어쨌든, 나를 자기들 영역에 이물질이 들어왔다는 식으로 표현하는데는 아직도 화가나곤 한다.

일본인 선생님이란 이유로 내 욕구를 포기하는 것도 무언가에 지는 듯하여 나는 집중강의를 등록했다. 선생님은 한눈에 외국인에 친숙한 사람 같았다. 나를 대할때 ‘일본인이 아닌 이 외국인을 어떻게 대해야할까’ 란 망설임이 0.1초도 없었다. 선생님이 그랬기때문에 학생들도 나에 대한 자신들의 태도를 결정할 시간이 빨랐다고 나는 생각했다. 선생님은 한국인도 아침에 클래식을 들으며 빵과 커피를 마실 수 있음을, 한국여자는 성형수술을 하지 않고 연한 화장에 은은한 색의 옷을 입을 수도 있음을 그대로 인정해주는 사람이었다. 일주일간의 내 고민은 쓸데없는 수고였다. 나는 오히려 자세한 일본어 설명으로 프랑스어를 향상시킬 수 있었다.

나는 재일교포 친구에게 이런 고민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 무엇이 이렇게 일본인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건지 궁금했다. 그 친구는 ‘일본에서 태어난 나도 일본인만 모여있는 곳에 있으면 불편한 느낌이 들고, 아무리 친한 일본인 친구들 속에 있어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혼자 남겨지는 것에 익숙해지지 않는데 뭘’하며 웃었다. 나는 무의식중에 일본인보다 약자가 되는 자리를 거부해왔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다람쥐 쳇바퀴 도는 일상을 살게 되었다. 처음부터 내가 외국인인 걸 아는 가게에만 가고, 그런 사람들만 만나 왔다. ‘위화감이 없네요’란 말 자체가 안나오는 내 세계 속에서만 빠져있었다. ‘위화감’에 대한 저항이었을까? 어쩜, 겁에 질려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번 집중강의를 계기로 나는 내 영역밖으로 한발을 내디딜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위화감’이란 단어에 ‘위화감’을 느끼는 채로 한발짝 내디뎌보고싶어졌다. 그런 용기를 준 일본인 선생님에게 감사한다. 그녀의 평등한 시선에 감사한다.

배혜린 칼럼니스트

▶ [일본어] 違和感に対する違和感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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