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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이란 이름하에 [ 2007.01.29 ]

12년전, 1995년 1월17일 고베와 아와지시마에서 대규모의 지진이 일어났다. 바로, 한신아와지 대지진. 오전 5시46분 52초란 시간때문에 피해자는 6400명을 넘었다. 한 도시를 한순간에 전쟁터로 만들어버렸던 12년전 그날을 이번주 일본은 추도했다.

고베는 개인적으로 내가 일본에서 가장 좋아하는 도시이다. 남편이 출생한 곳이고 우리부부의 첫데이트 장소이자 결혼식을 올린 곳이기 때문이다. 고베는 지진이후 새롭게 만들어진 도시답게 깨끗하다. 지진의 흔적이 거의 남아있지 않은 고베의 거리를 걸으며 나는 시부모님께 들은 과거의 고베의 모습을 겹쳐보곤 한다. 또한, 일본을 심하게 비판한 어느 책을 떠올리기도 한다. 작가는 고베를 일본의 얼굴마담이라고 했다. 지진직후, 일본이 고베의 참상을 은폐하려고 급히 부흥을 서둘렀고, 수년안에 얼굴마담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작가역시 일본에서 지진을 경험해 보았을텐데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었는지 조금 의아하다.

나역시 일본에서 지진을 경험했다. 집이 좌우 15도 정도로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지진속에서 ‘죽음의 그림자’ 를 보았다. 다음날 뉴스에서는 꽤 크게 보도되었던 지진이었으나, 일본인에게는 일상화된 지진의 강도였고 웃고넘길 수 있는 헤프닝이었다. 하지만, 내가 일본인과 일체감을 느꼈던 것은 죽음의 위협을 느꼈던 바로 그날이었다. 지진의 희생자로 이들과 함께 기록되거나 함께 구조되거나 함께 매몰되거나. 우린 한배를 탔구나. 싶었던 일체감.

일본에서 살아보니 일본인이 가장 무서워하는 두가지는 지진과 북한같다. 특히, 지진은 무서움을 넘어 숙명적인 체념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일상생활에서 지진에 대비한 훈련과 준비를 철저히 했어도 희생자가 된다면 받아들여야한다는 체념. 거대한 자연을 거역할 수 없다는 체념. 이럴때가 바로, 일본인이 나와 같은 인간으로 보이는 순간이라고 말한다면 너무 큰 과장일까?

지진을 경험한 그날부터 나는 일본인을 다시보게 되었다. 문화차가 빚은 독특한 성향과 취향에 대한 거론이 아닌 일본인 자체에 대한 험담이나 비난은 되도록 자제하는 편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 이길 수 없는 싸움을 하고있는 이들에게 연민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1923년 관동대지진때, 일본인은 ‘엄마, 엄마’ 울부짖는 조선인만 골라서 죽였다고 한다. 지진직후, 사람들이 망연자실해있을때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던졌다’ 라는 소문이 순식간에 퍼졌고, 약한입장이었던 사람들이 공격대상이 되었던 것이다. 안타깝게도 그 끔찍한 이미지는 늘 내마음속에 있다. 일본에 사는한 언제 어디서 지진을 만날지 모른다. 그때 난 분명 ‘엄마’ 라고 울부짖을텐데, 과연, 역사는 반복될 것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마음 어딘가에는 ‘지진이란 이름하에’ 일본의 죄를 덮어주자는 합의의 손길도 있다. 지진은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무섭고 끔찍한 재난이기때문이다. 지진 이후의 도난, 강간, 악의적인 소문, 집단적 패닉 등은 전쟁과 무서울정도로 닮아있기때문이다.

일본에 산다면 누구나 지진을 의식한다. 지진이 일어났을때 대피해야할 장소를 염두해두고, 피신할때 들고갈 구명가방을 현관에 준비해두며, 가구의 배치에도 신경을 쓴다. 언제 올지 모르는 재난을 피해보려고 미약한 힘이나마 늘 지진에 대비하고있는 인간을 본 적이 있는가! 지진은 일본의 아킬레스건이다. 이렇게 큰나라가 섬나라라는 것이 다시한번 끔찍해지는 순간이다.

배혜린

▶ [일본어] 地震という名の下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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