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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와사비 세대의 우울 [ 2006.09.04 ]

매서운 채찍질에 살아남는 사람에게만 관대한 일본. 그 순간에만 오는 에스컬레이터를 놓치면 능력껏 엘리베이터를 타거나 비상계단으로 올라가야한다는 이야기는 그래서 더욱 무섭게 느껴진다. 신입생, 신입사원이 될 수 있는 에스컬레이터를 놓쳐버리면 사회 속에서 늘 이방인으로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매주 일요일 오후 5시는 남편의 우울이 시작되는 시간이다. 고추의 매움은 입을 열고, 와사비의 매움은 입을 꾹 닫고 참아야한다는 '한국은 고추, 일본은 와사비'란 사고를 지닌 시아버지는 남편에게 '회사가 아무리 싫어도 꾹 참아라. 무조건 참으면 된다' 고 말한다. 일본의 고도성장을 뒷받침해온 세대, 일본 최대의 발전과 버블의 몰락을 경험한 세대, 회사의 발전이 곧 가족의 운명이라 믿어온 이 와사비 세대는 퇴직을 눈앞에 두면서도 자신들을 대신할 세대를 걱정한다.

그 세대는 바로, 와사비의 매움을 꾹 참기보단 뱉어버려도 좋다고 생각하는 반 와사비 세대. 경제적인 풍요와 폭넓은 국제적 시야, 개성이 존중되고 자유로운 성장과정을 거친 이들은, 하지만 매우 안타깝게도, 대학졸업 후 신입사원이 되는 에스컬레이터를 타는 그 순간부터 일본 사회가 규정하는 상자 안에 들어가야만 한다.

학교처럼 예비종, 시작종이 치는 회사, 쉬는시간 15분, 점심시간 1시간 외에는 쉬어선 안되는 회사, 책상 위에서 먹거나 마시면 안되고, 책상 위에 일과 관계없는 사적인 것이 있으면 안되며, 사적인 전화사용, 사적인 인터넷, 채팅은 금지인 회사. 커피, 차는 물론 회식비도 각자 내는 회사. 잘하거나 잘못하거나 일단 '혼내기'가 교육의 기본방침인 회사. 의문이 없을 때까지 완벽함을 요구하는 회사.

때때로 반 와사비세대의 우울은 자살로 연결되기도 한다. 나도 한번 본 적이 있는 남편의 회사 선배는 숲속에서 나무에 목을 메고 목숨을 끊었다. 죽음을 결심한 아침, 사복차림으로 집을 나서는 선배에게 부인은 '아니, 사복 차림으로 회사에 나가도 돼요?' 물었고, 그것은 남편과의 마지막 대화가 되었다.

그날 아침 선배는 회사에 결근할 것임을 알렸다고 한다. 죽음을 선택한 그날까지 회사 인간이었던 그는 과연, 하루종일 무슨 생각을 하며 이 세상에 작별을 고했던 것일까?

그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 더이상 '꾹 참아라' 라는 말만으로는 모든 것이 설명되지 않는다. 일본에 태어났을 뿐, 반 와사비 세대에게는 아무런 죄가 없다.

배혜린

▶ [일본어] 反わさび世代の憂鬱 ◀

일본 뉴스 전문 매체-뉴스재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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