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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건 자전거건 우리는 홋카이도 라이더! [ 2006.08.30 ]

[15일(월)] 여행자의 천국 루모이 라이더 하우스
달린거리 40km 하마나쓰 – 루모이


어제 라이더 하우스에서 사토상의 오토바이 뒤에 타고 하마나쓰 해안공원까지 갔다 왔었다. 그러나 아침에 그곳에 다시 한번 가보려고 매우 일찍 일어났다.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이 노숙체질인지 뻗어있다. 조심스레 짐을 챙겨서 나왔다. 그런데 어느새 스즈키 상이 나와 인사를 한다.

하마나쓰(はまなす)란 해당화를 뜻한다. 이곳에 해당화가 만개(滿開)하는데 어느덧 8월 중순......5-7월이 제철이라 피어있는 꽃은 거의 발견하기 힘들다. 그러나 전혀 없진 않았기에, 아직 피어있는 해당화를 찾으며, 해당화가 만개한 이곳을 상상하며, 바다가 보이는 산책로를 혼자 거닐고 싶었다.

루모이에는 무료 라이더 하우스가 있다. 어제 만난 하야시는 이곳에서 다시 보자고 했었다. 이곳은 정말 좋은 곳이라면서. 100엔 샾에서 물건을 사면서 길을 물었다. 박용하의 열혈 팬이신 아주머니가 친절히 그려준 지도 덕에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았다. 외관상 망해버린 건물 같은데 내부는 다르다. 넓은 오토바이 와 자전거 주차공간에, 거실에는 텔레비전, 비디오, 오디오 및 읽을 책들까지, 작은 식탁이 따로 있으며 냉장고, 세탁기, 가스렌지, 전자레인지 및 온갖 식기까지 있다. 자신의 닉네임으로 오쿠레 라고 소개한 아저씨가 친절히 안내를 해준다. 매일 20~30명이 머문다고 한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머무는 곳이라 지켜야 할 사항들이 많다. 이곳에는 1주일이고 심지어 한달까지 죽치고 눌러앉은 사람들도 꽤 된다. 하루만 머물고 가는 나 같은 사람들 보다는 며칠씩 머물다 가는 것이 보편적인 것 같다.

2층 침실을 둘러보는데 밥을 먹으러 나가던 한떼의 라이더 그룹 중 한 할아버지가 갑자기 나 쪽을 향해 소리친다. 그리고 홱 돌아서 가버렸다. 거리도 좀 떨어져 있던 데다가 빠르게 쏘아붙이는 말이어서 순간적으로 이해하지 못했다. 첨엔 뭔가 주의사항을 일러주는 줄 알았는데 결국 말의 내용을 해석하니 그런 것이 아니었다. 오쿠레 상에게 이것저것 물어보지 말고 머물지 않을 거면 꺼지라는 말이었다. 내가 잘못 알아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자연스럽게 들 정도의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분명 맞는 해석이었다. 순간적으로 머물고 싶은 생각이 사라졌으나, 할아버지를 상대로 다시 만나 말다툼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거니와 그런 말을 듣고 그냥 가버리면 더 기분 나쁠 것 같아서 그 말을 안 들었던 것처럼 무시하기로 했다.

오쿠레 상에게 온천 반값 할인티켓(찌라시처럼 나눠주는 티켓)을 받아서 온천에 갔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슈퍼에서 반값할인을 하기에 내일 벤또(도시락), 야키소바, 바나나, 아이스크림, 그리고 또 제이타쿠(호화스러운생활)이라고 중얼거리며 일본에서 제일 비싼 맥주에 속하는 Yebisu 맥주를 샀다. 냉장고가 있기에 아이스크림과 맥주를 살 수 있었다. 돌아가 냉장고에 산 음식을 넣고 있는데 아까의 할아버지가 나를 감시하는지 또 한마디 한다. 벤또는 냉장고에 넣으면 안 된다고, 아까 마음을 좀 다잡았기에 울컥 하지 않고 정중한 말투로 "아 그렇습니까?" 라고 했다. 그리고 "왜죠?" 라고 말을 이으려는데 할아버지가 먼저 덧붙인다. 냉장고에 써있는 규정사항을 보란다. 약간 분하지만 일보 후퇴. 규정사항에 써있다. 벤또는 냉장고에 넣어서는 안 된다고. 안 읽어본 내 잘못이니까. 내일 아침에 먹으려고 두 개나 샀기에 지금 둘 다 먹어야 하는 상황.

그런데 거실에 나가니 반가운 목소리가 나를 부른다. "박 상!"하야시 군이다. 마침 잘 됐다. 하야시에게 벤또를 주고 같이 먹었다. 벤또를 다 먹을 무렵 하야 시가 새로이 밥을 하고 세이코 마트에서 사온 징키스칸을 만들었다. 징키스칸은 홋카이도를 대표하는 음식중의 하나로 양념 양고기 구이 이다.

제대로 된 식당에서 한번 먹어보려 생각했던 음식인데 아직까지도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식당을 찾지 못해 못 먹어 보았는데, 이때의 경험으로 맛들린 나는 이후에도 몇 번 양고기를 사서 직접 구워먹었다.

이제 맥주를 마실 차례, 건물 밖으로 걸어나가며 맥주캔을 땄다. 그랬더니 저 멀리서 한 명이 쪼르르 달려나오며 내가 맥주캔을 딴 그 장소에서는 맥주를 마시면 안 된단다. 당연히 밖에서는 상관없다. 화가 치밀어 오르면서 나도 말이 거칠어지려 함을 느꼈다. 이곳에서 여러 사람들과 그룹 지어 같이 장기간 머물렀다고 주인 행세를 하는 것 같아서 거부감이 든다. 방금의 지적은 모르는 것을 친절히 알려주는 행동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아무튼 건물밖에 앉아 맥주를 마시며 하야시 군과 친절하게 안내해준 오쿠레상 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지금 만23세, 중소기업의 높은 위치에서 월30만엔 이상의 월급을 받으며 생활했으나 과감히 그만두고 오토바이 여행중인 하야시 군. 40대로 보았으나 실제 환갑에 가까운 오쿠레상. 매년 여름이면 이곳을 찾아와서 느긋이 머무는데 자진해서 숙소 안내를 해주는 분이다. 알고 보니 마마챠리라고 부르는 최저가형 자전거 여행자다.

거실로 돌아오니 젊은 라이더들이 얼굴에 낙서를 하며 놀고 있었다. 그냥 지나치려 했는데 토모짱이 붙잡는다.
"박 상! 여기 좀 와봐요, 이 친구 얼굴 좀 봐요."
잠깐 앉으란다. 그리고 주위 사람들에게 한국사람이라고 소개를 한다. 반응들이 온다. 한국어로 뭔가를 써달란다. 3번으로 나누어서 자전거로 일본일주를 하는 중이라는 하야시 칼. 가장 심하게 낙서중인(자청해서) 이 친구 팔에 한글로 "칼"이라고 써 주었다. 뭐가 멋있다는 건지 여기저기서"갓꼬이이(멋지다)"소리가 들리더니 토모짱이 하얀 티셔츠를 가져오더니 자신의 이름을 한글로 써달란다. 이후에 2명의 티셔츠에 또 1명의 오토바이에도 한글로 한마디씩 써주었다. 그렇게 오늘 밤이 저문다.

[16일(화)] 오랜만의 비. 시원하고 좋구먼.
달린거리 130km 루모이-테시오


어제의 일기예보대로 비가 온다. 이게 얼마만인가? 어제의 친구들은 내일 출발한다는 나의 말에 비가 오는데 좀더 머물다 가라며 붙잡았지만 이제 비는 너무 익숙해져 버린 것 같다.

더구나 일기예보는 약한 비라고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마음이 무겁다. 왜냐하면 나의 홋카이도 여행의 하이라이트, 최고의 경관을 보리라고 기대하는 구간이 내일부터 홋카이도 최북단 소우야미사키 구간인데, 일기예보에서는 이번 주 토요일까지 비가 온다고 했기 때문이다.비가 여행의 마지막까지 망치려고 작정했구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 비는 일기예보와 다르게 상당히 세게 내린다. 일기예보의 부정확함에 일말의 희망을 걸어본다.

점심때쯤 지나던 주유소, 찾았다! 노란색 주유소. 홋카이도를 여행하는 거의 모든 오토바이 라이더들이 가지고 있는 "Safety Summer in Hokkaido" 깃발. 나도 하나 갖고 싶었다. 노란색 간판의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으면 준다는 얼핏 들은 이야기가 노란색 간판을 보고 생각이 났다. 가서 물어보니 역시나 기름을 넣어야 된다. 자전거에 기름을 넣을 순 없기에 하나를 팔던지 달라고 했다. 기분 좋게 하나를 주었다.

오늘은 상당히 오르막 내리막 길이 반복되는 구간을 지났다. 지겹도록 달려서 테시오에 도착. 숙소를 보는데 보험에 가까운 희망이었던 미치노에키는 대 실망이었다. 비가 계속 오기 때문에 지붕은 절대적인데 지붕이 없다. 해안캠프장 및 100엔 라이다 하우스도 가보았으나 결국 선택한 곳은 지나가다 발견한 길가의 지붕과 벤치가 있는 곳. 장애인 화장실까지. 관리인에게서 이곳에 텐트를 쳤다가는 경찰이 뭐라 할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으나 결국 텐트쳤다. 오늘도 제이타쿠! 저녁으로 토비키리(찐 옥수수) 및 양념된 생(生) 양고기를 구워 밥과 함께 먹고. 아이스크림도 두 개나. 내일이면 느긋하게 달려도 와카나이(일본 최북단 지점 바로 옆의 마을)다.

박세욱, 서울대학교 천문학과 재학

일본 뉴스 전문 매체-뉴스재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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