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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2020년 9월 미국 [ 2020.09.28 ]

[뉴스재팬=포사단필] 백인들의 인종차별은 유별나다. 동양인을 원숭이라고 했다. 우리의 영한사전에서도 ‘monkey’를 찾아보면 속어로 ‘중국인, 중국계 미국인’이라는 풀이가 보인다.

존 다우어는 미국인들이 일본인을 인간이 아닌 다른 무엇에 비유할 때 원숭이 인간(monkey man)이라는 표현을 자주 썼다고¹⁾ 기록했다. 6.25전쟁에 참전한 미군은 한국(Korea, Hangook)의 ‘gook’을 발음하면서 낄낄거렸다는 얘기도 있다. 그러나 백인의 흑인 인종 차별에 비하면 동양인 차별은 차별도 아니지 싶다.

1. 시
미국 명시선에는 흑인의 처지를 자조하면서 저항의식을 내포한 시가 보인다.²⁾ 언제 누가 쓴 시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우리는 밀농사를 짓는다

우리가 밀농사를 지으면,
그들은 우리에게 옥수수를 준다네:
우리가 빵을 구우면,
그들은 우리에게 부스러기를 준다네:
우리가 밥상을 차리면,
그들은 우리에게 찌거기를 준다네:
우리가 고기를 손질하면,
그들은 우리에게 껍질을 준다네:
그들은 그렇게
우리를 발라먹는다네:
우리가 냄비에서 익은이를 건져내면,
그들은 우리에게 국물을 주고 나서,
이렇게 말하지, 깜둥이에겐 그것도 과만하다고.

2. 우화
조시가 울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법정 다툼에서 졌을 뿐만 아니라 50 달러 벌금형까지 받았어. 나는 아무 죄도 없는데도!” 그녀는 울면서 말했다.

마침 아들 집에 들른 할아버지가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었다.
“교통법규를 잘 지키면서 피치스트리트를 가고 있는데 한 백인이 뒤에서 갑자기 제 차를 받았어요. 백인의 잘못이라고 말한 목격자도 여럿 있어요. 그러나 배심원들은 제가 유죄라고 결정했어요. 이해할 수가 없어요!” 조시는 흐느꼈다.

“그만 울어라. 눈물을 닦고 이 할애비 얘기를 잘 듣거라.” 할아버지가 말했다.
“오래 전 이야기이다. 통통히 살찐 거위 한 마리가 아무런 생각 없이 연못을 건너 숲가에 도착했는데, 숲에서 거위를 지켜보면서 기다리던 여우가 덤불에서 튀어나와 거위를 붙잡아놓고 말했다.

“‘이 연못과 숲은 내 거야. 네가 침범했기 때문에 징벌로 너를 잡아먹어야겠다.’
“그러나 거위는 평등권을 요구했다. ‘이 연못과 숲은 우리 모두의 것이다’라고 주장하고, ‘연못과 숲이 네 것인 만큼 내 것도 되는 거야, 법정에 가서 배심원들의 심판을 받아보자’고 맞섰다.

여우가 동의했기에 둘은 가장 가까운 법원으로 갔다. 그러나 심리가 시작되었을 때 보니 판사도 여우였고, 법원에서 선정해준 변호사도 여우였고, 배심원들이 다 여우였다.
“그 재판에 관해 더 자세히 말할 필요는 없다: 배심원들이 거위의 유죄를 평결하였고, 모든 여우들은 어울려 거위를 잡아먹었다.”

“조시야, 잊지 말거라.” 할아버지는 조시의 어깨를 감싸면서 부드럽지만 어쩔 수 없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판사도 여우요, 변호사도 여우요, 모든 배심원들이 여우라면, 거위는 잡혀 먹힐 수밖에 없단다!”³⁾

3. 프랑스인 vs 미국인
제2차세계대전 막바지 무렵 연합군의 주력인 미군이 프랑스에 상륙하였다. 흑인 병사들은 프랑스 사람들의 예의바르고 친절한 응대가 놀랍고도 즐거웠다. 대부분의 흑인 병사들이 백인들에게서 진심으로 동등한 인간으로 대우를 받기는 생전 처음이었다.

그러나 국방부의 흑백 분리를 신봉하는 장교들은 이를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다. 인종 차별주의자인 한 장교가 프랑스인들의 우호적인 흑인응대에 종지부를 찍기 위하여 흑인과 백인은 격이 ‘다르므로’ 다르게 응대해야만 한다고 조심스럽게 쓴 서신을 프랑스군 측에 발송했다.

이 서신을 받은 프랑스군의 고위 장교는 아래와 같이 답신했다.
“본인은 귀하의 흑백 차등 평가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은 우리의 예상과는 아주 다르지만, 당신네 백인들은 도저히 참아줄 수가 없군요.”⁴⁾

4. 오죽했으면
⋯ 보라구, 적어도 내 이빨은 하얗다구!⁵⁾

5. 용광로
1967년 린든 존슨 대통령이 서굿 마샬(Thurgood Marshall)을 최초의 흑인 연방 대법원 판사로 임명했다. 그는 1991년 은퇴 시까지 24년 봉직했다. 마샬 판사는 어느 핸가 노예해방기념일 행사에서 다수의 청중에게 연설했는데, 마무리 할 때쯤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이 미국은 인종 용광로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내가 볼 때 흑인은 그 용광로에 들어가지 못했거나 들어는 갔지만 아예 녹아 없어진 것 같습니다.”⁶⁾

6. 겉과 속
조지 플로이드 사건, 제이컵 블레이크 사건, 대니얼 프루드 사건 등으로 상보적인 가치가 거꾸로 상충하는 현상이 강화되었다. 한편에서는 인종차별 반대 집회가 격화되었고 인권과 평등이 강조되었다. 시위는 폭력화 가능성이 상당히 높았다. 다른 한편에서는 인종차별은 침묵으로 간과되었고 질서와 안전이 강조되었다. 경찰은 의도적인 폭력으로 공권력을 과시했다. 인권과 평등을 중시하는 시민들보다 질서와 안전을 중시하는 시민들이 다수로 보인다. 와중에서 바이든과 트럼프는 속셈에 바쁘다.

인권과 평등이 질서와 안전과는 결코 공존하기 어려운 대척점에 고착되어 있을까?
대형 총기사고로 다수의 인명피해가 발생할 때마다 총기 규제에 관한 논의가 분분했다. 토론 모임에서 총기 소지를 엄격히 규제해야 된다고 열변을 토하는 지식인들도 집안에 비치한 믿음직한 몇 자루의 총기를 어루만지는 현실은 백인의 흑인에 대한 감정에 관해 상당히 시사적이다.

전영규 칼럼니스트

주.
1) John W. Dower, Embracing Defeat (New York, W.W.Norton & Company/The New Press, 2000), p.213. 필자의 번역이다.
2) Nancy Sullivan, The TREASURY OF AMERICAN POETRY (New York, DORSET PRESS, 1978), p.293. 이 시는 Howard Zinn의 PEOPLE’S HISTORY of the UNITED STATES 에도 소개 되어 있고(p.179), 유사한 내용이 Henry D. Spalding이 펴낸 ENCYCLOPEDIA OF BLACK FOLKLORE AND HUMOR에도 올라 있다(p.300). 빌 브라이슨 지음, 정경옥 옮김 『발칙한 영어 산책 (살림, 2009)에도 내용이 약간 다르나 Howard Zinn의 책을 인용하여 소개되어 있다(p.262).
3) Henry D. Spalding, 위 책, p.458-459.
4) 위 책, pp.462-463.
5) 위 책, p.453.
6) 위 책, p.454. 마샬 판사는 1954년 흑백 분리 교육 위헌 판결로 유명한 올리버 브라운 대 토피카 교육위원회(Brown vs Board of Education of Topeka) 사건의 변호사로 활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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