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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원야승(行員野乘)⁕ [ 2020.05.31 ]

[뉴스재팬=포사단필] 1998년 10월의 하루

10월 7일, C 지점장은 B 상무이사 명의의 서신을 받았다. 서신은 은행의 뼈를 깎는 자구 노력으로 명퇴가 불가피하니 심사숙고하여 결정해달라는 내용이었다. 그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12일, 전에 함께 근무한 적이 있는 국제부 J 차장이 C 지점장에게 전화했다.

“오후에 댁에 안 계시더군요. B 상무께서 몇 차례 전화셨습니다.”
“명퇴 때문이지?”
“네.”
“은행에서 나가라면 나가야지.”
“제가 이런 말씀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상무님께서 외출하면서 알려드리라고 지시하셨습니다.”
“잘 알았어 J 차장.”

캉드쉬(M.Camdessus) IMF 총재가 대한민국 총독으로 불리던 1월에 발령받고 3월에 부임했는데 이제 감원당할 처지가 되었다. 이미 지난 1월 말에 대규모 명퇴가 있었고 두 번째 대규모 명퇴가 임박했었다.

그는 담배를 태우면서 서성거렸다. 평상심을 유지하기 위해 어금니를 주근주근 씹었다. 한 시간쯤 후에 본부로 전화했으나 B 상무는 부재중이어서 인사부장실로 돌렸다.

“인사부 H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시카고 지점 C입니다.”
“죄송합니다.”
“B 상무께서 전화하셨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은행의 뜻을 잘 알았습니다.“
“죄송합니다.”

명퇴 관련 업무를 관장하는 인사부장이다 보니 달리 할 말이 없었을 터였다. C 지점장은 이렇게 한 차례 통화로 명퇴를 확정했다.

10월 6일부터 지점은 시카고 연방준비은행(FederaL Reserve Bank of Chicago)과 일리노이주 은행국(Office of Banks and Real Estate)의 정기검사를 수감 중이었다.

13일, 출근한 C 지점장은 부지점장에게 지점장의 결재가 필요한 업무는 되도록 신속히 검토하여 말일까지 매듭짓자고 말하고, 9시 20분 Y2K 검사 담당 검사역의 강평에 참석했다. 오후에 사직원과 각서를 본부로 전송했다.

15일, 오전에 사택 매입 희망자를 만났다.
16일, 검사 팀에게 이 달 말에 조기 퇴직한다고 알렸다.

21일, 현지직원 Mrs. 고는 C 지점장에게 남은 인생이 30년도 더 되는데 서울로 돌아 가면 일자리 찾기가 어려울 것이니 여기 남아서 새롭게 도전해보라고 권고했다.

26일, 오후 미시간 호(Lake Michigan) 호반에 나간 그는 수평선을 망연히 바라보다가 지점으로 돌아왔다.

27일, 거래처에 지점을 떠난다는 인사장을 발송했다.
28일, 인계 사항을 정리했다.
31일, C 지점장은 명퇴했다.

11월 6일, 자연인 C는 검사 결과를 종합평가하는 강평에 참석했다. 수석 검사역이 퇴직한 지점장의 참석을 요청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지점 대출 자산의 건전성 분류를 놓고 검사역들과 의견을 주고받았다. 특히 국내 종합상사의 현지법인과 지사에 공여한 여신의 건전성 분류에서 그의 견해와 검사역들의 견해가 판이했다.

11월 7일, 본부는 퇴직발령에 따라 C를 12월 귀국 때까지 영업점 업무를 자문하고, 기본적으로 부점장 공석 시 업무수행 요령에 따른 점포장 업무를 수행하도록 조치했다.

12일, 본부로부터 시카고 지점 폐쇄 결정 공문을 받았다. 주 은행국을 방문하여 A은행 시카고지점 폐쇄 결정을 우선 구두로 보고한 후 12월 3일 공문으로 보고했다.

12월 16일, 한국 교민 다수가 거주하는 디트로이트(Detriot) 외곽 트로이(Troy) 지역에서 영업 중인 4개 은행에 이력서(resume)를 발송했다. 다른 일자리를 찾아 떠나려는 몇몇 현지 직원에게 추천서에 발급했다.

22일, 디트로이트에 있는 Midwest Guaranty Bank 이사회장 겸 행장인 맥슨(Clarke B. Maxson)의 전화를 받았다. 그는 C의 이력서를 보았다면서 만나보자고 말했다. C는 1999년 1월 6일 10시 그의 사무실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28일, 주 은행국에 1999년 1월 1일부터 지점장(Registered Agent)이 바뀐다고 보고하였다.

12월 31일, C는 은행을 떠났다.

C는 사택 매각 절차를 마저 마무리하고 1999년 1월 29일 시카고 교외 캐리(Cary)에 마련한 임시 거처로 옮겼다.

전영규 칼럼니스트

⁕ A은행의 같은 부점에서 근무했거나 가까이 지냈던 옛 동료들의 이야기 몇 가지를 쓰겠다. 누구에게서 전해들은 얘기가 아니라 옛 동료들이 자신의 행동과 생각에 관해 직접 들려준 내용이다. 가벼운 일화도 있고 더러 비판적인 내용도 있겠다. 타행 행원의 이야기도 한두 가지 있을 수 있다. 먼저 명예퇴직(명퇴) 얘기부터 시작한다. 1998년 10월 31일 A은행의 명퇴자는 1급 행원 120명을 포함하여 2,467 명이었는데, 시카고지점 C 지점장은 그 중 한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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