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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돼지, 소•말•개•돼지 [ 2020.02.29 ]

[뉴스재팬=포사단필]

1.
개돼지가 요즘 세태를 관통하는 대표 키워드요 아예 국민단어가 되었다고 한다.¹⁾ 그동안 말마디나 한다는 이들이 국민과 개돼지에 관한 여러 말을 했는데,²⁾ 대강 셋으로 요약할 수 있다.

국민은 개돼지이다.
국민은 개돼지가 아니다.
국민은 개돼지가 아니지만 개중에 개돼지 같은 국민도 다소 있다.

2.
1596년 6월 사간(司諫) 정기원(鄭期遠)이 선조에게 아뢰었다. “ … 중국 군사가 잇달아 와 있을 때에는 글로 뜻을 통할 수 없어서 한 마디 말도 다 통사(通事)에 의지하였는데, 지금의 통사는 저자 거리에서 이익을 꾀하는 개돼지만도 못한 자에 지나지 않습니다.”³⁾ 때는 임진왜란 와중이었다.

19세기 초반, 정약용의 <飢民詩>에는 개돼지도 마다할 국물을 굶주린 사람들이 엿보다 더 달게 먹는다는 대목이 나온다. 당시 조선왕조의 근본(民爲邦本)이라는 백성의 모습이다.

1860년대에 중건된 경복궁 근정전을 사신이 수호하고 개와 돼지가 빠진 12지신이 호위한다. 개와 돼지가 빠진 이유는 알 수 없다. 개돼지만도 못한 작자는 궁궐에 얼씬도 하지 마라는 경고였을까?

1905년 장지연은 <시일야방성대곡>에서 “ … 저 개돼지만도 못한 소위 우리 정부의 대신이라는 자”들, 을사5적이 나라를 팔아먹었다고 통박했다.

2016년 7월 교육부 정책기획관이 술자리에서 “민중은 개돼지”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공무원은 남의 돈, 즉 국민의 세금을 쓰는 직업인이다.⁴⁾ 호랑이 탄 양반도둑이 제일 두렵다는 옛 사람의 말을 들었는데, 철밥통 찬 관료 갑질이 제일 부럽다는 오늘이다.

2016년 12월 백무산은 광화문 광장 촛불 집회에 관한 시 <광장은 비어 있다>에서 “그 무엇보다도 우리가 이곳에 모인 것은/ … /이 광장이 바로 이 나라 최고 권력기구인 시민의회이기 때문이다/이 의회를 개돼지들의 떼거리로 취급해 왔기 때문이다”⁵⁾라고 기록했다.

코로나19로 온 나라가 비상이다. 마스크를 매점매석한 자와, 23일 광화문 집회를 강행한 범국민투쟁본부의 지도부도 있지만, 코로나19 사태를 등에 업고 진영 논리에 몰입되어 상대 진영을 저주하듯 꿀꿀거리는 스퀼러(Squaler)들이 2020년도의 가장 유력한 개돼지 후보이지 싶다.

3.
한 사회학자는 전관(前官)이 다시 현관(現官)으로 둔갑하는 관피아를 비판했다.⁶⁾ 그는 관피아들의 뇌리에는 지성도 이성도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그들은 합가치적 행동은 외면한 채 합목적적 행동만 하므로 금수(禽獸)와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소•말•개•돼지는 오로지 먹을 것만 찾고, 암수만 좇는 목적-추구행위만 하는데, 높은 지위에서 특혜를 누리던 사람들이 어떻게 합가치적 행동은 내팽개치고 소•말•개•돼지나 다름없는 그 금수행위를 할 수 있느냐고 힐난했다.

4.
4월 15일은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거일이다, 유권자들이 눈 똑바로 뜨고 찍어서 개돼지만도 못한 잡배들이 의사당의 기생충으로 들어앉아 나랏돈을 축내면서 나라를 걱정하는 척하는 작태는 그만 봤으면 좋겠다.

전영규 칼럼니스트

주.
1) 안혜리, “개돼지로 살아보니,” 중앙일보, 2020.1.17.
2) 흥미로운 두 언급을 기억한다.
2017년 6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 김홍걸이 황교안 전 국무총리에 대해 감옥에 가지 않은 것 만도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조용히 근신해도 부족한데 벌써부터 내년 선거를 노리고 공개발언을 하다니 국민을 개돼지로 보지 않고서야 이렇게 뻔뻔하게 나올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2020년 1월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대통령이라는 작자가 기자 회견이랍시고 국민들을 개돼지로 보고 능멸하고 있는데도 가만있으면 정말 그들은 우리를 얕잡아보고 우리를 그저 한낱 노리개로 취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3) 선조실록 76권, 선조 29년 6월 14일 경술 1번째 기사.
4) 송희영, 『절벽에 선 한국경제』 (21세기북스, 2013), p.226.
5) 이성혁 외 지음, 『시, 현대사를 관통하다』 (문화다북스, 2018), p.370.
6) 송복, 『특혜와 책임』 (가디언, 2016), pp.53-55.
관피아’를 한자로는 ‘關彼我’로 쓸 수도 있다고 본다. 내려 보내는 쪽과 받아들이는 쪽의 관계가 깊은 그와 나라는 의미에서 그렇다. 관계는 이해관계의 일치와 상충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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