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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 사냥 [ 2019.03.31 ]

[뉴스재팬=포사단필] 늦잠 들어 꿈을 꾼 건지 꿈꾸다가 늦잠 든 건지 알 수 없었다. 꿈은 참 이상했다.

내용이 그랬고, 대개의 경우 잠에서 깨면 꿈은 곧 잊어버리게 마련인데 부분적으로 어느 정도 선명히 기억됨도 그러했다.

꿈에는 공청회 같은 어떤 모임과 야구장이 등장했다. 회의장이 먼저였는지 야구장이 먼저였는지는 모르겠다.

대학교에 ‘노비학과’가 신설되어 많은 학생들이 입학한다는데, 어떤 모임에서 내가 그 따위 학과가 어떻게 신설되었느냐고 자꾸 툴툴댔다. 학교 후배로 보이는 사람이 종이비행기를 접어 날렸고, 그것을 받은 다른 후배로 보이는 사람이 내게 와서 노트를 건네주었다. 노트에는 2018년 1월에 국회에서 ‘노비학과’의 신설을 결의했다는 내용이 있었다.

저 밖에선가 아니면 바로 옆에선가 야구시합이 열리고 있었는데, 구장은 무성한 풀밭을 장방형으로 갈아엎은 뒤에 평탄작업을 한 모양새였다. 내가 야구를 했는지 구경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아내가 아들이 ‘노비학과’에 입학하면 어쩔 거냐고 묻기에 그럼 그놈의 귀퉁배기를 갈겨버리겠다고 말하면서 한 대 갈기는 손짓을 크게 하다가 잠에서 깬 듯하다.

뭐 이런 개꿈을 다 꾸었나 하는데, 문득 고등학교 1학년 여름방학 때든가 겨울방학 때든가 작은아버지 댁에 있던 무슨 잡지에서 읽은 <용 사냥>이라는 단편소설이 기억되었다. 외국소설의 번역물이었다. 그 줄거리는 거의 다 잊었으나 치명상을 입은 용의 마지막 숨에 배어나온 독기로 사냥꾼의 뒤끝이 좋지 않았다는 점은 기억한다.

<용 사냥>의 기억이 스러지면서 우리나라 대학교의 각 학과가, 특히 법대와¹⁾ 상대의 각 학과가 바로 ‘노비학과’라는 생각이 스쳐갔다. 학부 출신들 상당수가 자신이 속한 조직의 부정부패에 대해 무심하다. 그들은 건강한 시민의식을 상실하고, 내가 나의 주인이라는 자의식을 포기한 채 저 주인이 던져주는 모이를 넙죽 받아먹으면서 조직에 맹목적으로 충성을 바치는 노비로 전락하였다.²⁾ 그들은 왜(why) 그러냐고 질문할 줄도 모르고, 이견과 문제를 제시하거나 제기하지도 못한 채 조직의 부당한 요구에 반사적으로 예예(yes)를 되풀이함으로써 강고한 기능 조직의 공동체화 형성에 결정적으로 공헌한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나는 노비일 수 없다고, 노비이어서는 결코 안 된다고 고통스럽게 작심한 끝에 임금님은 벌거숭이라고 선언하며 나서는 등신이 더러 있다. 이 바보가 군계일학이요 말라붙은 개천에서 나는 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어 사악하고 뿌리 깊은 불의와 부조리에 온 몸으로 대결한 몇몇 바보들의 면면이 하나씩 떠올랐다. 이 저항하는 바보들이 조직 논리에 함몰된 지렁이와 미꾸라지가 판치는 불모의 개천에서 의연히 횃불을 든 공익제보자들이다.

부끄럽게도 우리 사회는 이 시대의 용을 보호하기는커녕 왜곡된 의리를 내세우면서 집요하게 짓밟았다. 이미 오래 전부터 이름 없는 여러 용들은 조직의 배신자로 낙인찍혀 초장에 제거 당했다. 비록 내부 고발자를 보호하는 법적 장치가³⁾ 마련되었으나 아직도 근본적인 문제점이 있어 공익신고자 보호와 부정부패 척결이라는 입법 취지를 제대로 실현하기에는 미흡하다.

이 순간에도 사방에 널려 있는 지렁이와 미꾸라지들이 저 주인과 합세하여 장팔사모와 독침으로 급소를 일격하여 우리의 용들을 사냥하겠다고 눈을 부라린다. 이 나라 당대의 용들이 졸지에 한 사람씩 또 한 사람씩 도륙 당하여 마몬(mammon)의 제단에 희생물로 봉헌될지 알 수 없는 사회에서 나는 오늘도 그저 막걸리나 마시면서 잡문을 끼적거린다.

전영규 칼럼니스트

1) 법학전문대학원의 출현은 아직 일천하여 법대로 표기한다.
2) 필자도 그러했다. 이와 관련하여 별도의 단필로 젊은 시절의 한 모습을 돌아볼 생각이다.
3) 내부 고발자 보호 및 보상제도는 민간부문은 공익신고자 보호법으로, 공공부문은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에 포함된 보호로 나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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