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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엑스트라(extra)는 엑스트라다 [ 2018.11.30 ]

[뉴스재팬=포사단필] 2018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고려실과 조선실을 해설하는 필자도 고려 건국 1100주년을 기념하는 마음에서 고려실 전시유물에 관련 되는 한시 몇 수를 기억하여 적는다.

1. 청자 <시를 새긴 병>에 당나라 시인 하지장(賀知章, 659-744)이 등장한다.
하지장은 이태백의 문장을 알아보고 적선(謫仙)이라고 칭했으며, 현종에게 천거한 사람인데, 금구환주(金龜換酒)라는 성어는 그와 이태백의 나이를 초월한 교분을 응축해 표현한다. 하지장이 노년에 이르러 장안 생활을 청산하고 귀향하기 위하여 떠나던 날 그의 가르침을 받은 황태자는 파격적으로 성대한 송별연을 열어주었다고 한다.¹⁾

回鄕偶書(고향에 돌아와서)²⁾
少小離家老大回 젊어서 집을 떠나 늙어서 돌아오니,
鄕音無改鬢毛衰 사투리 여전하지만 살쩍은 빠졌다.
兒童相見不相識 아이들은 쳐다봐도 모르는 사람이라,
笑問客從下處來 웃으며 묻는다, “손님 어디서 오셔유?”

시성 두보(杜甫, 712-770)는 飮中八仙歌에서 첫 번째로 하지장에 대해 이렇게 읊었다.

知章騎馬似乘船 하지장은 말 탄 것이 배 탄 듯하여
眼花落井水底眠 눈이 흐려 우물에 빠지면 물속에서 잠을 자네³⁾

정조의 명을 받아 단원이 그린 사명광객(四明狂客) 하지장의 술 취해 말 탄 그림이 2013년 기획전 <한국의 도교 문화>에 전시되었었다(도록 p.154 참조).

2. 연구자들은 국보 제167호 <청자 도교 인물 모양 주전자>의 인물을 도교 신화의 대표적인 선녀 서왕모로 추정한다. 송나라 황정견(黃庭堅)은 “그 고아한 모습과 빼어난 향기로써 일찍부터 동아시아 문사들의 시선을 사로잡아 왔”던 옥잠화는 서왕모의 시녀 비경(飛瓊)의 옥비녀였다고 노래했다.⁴⁾

玉簪(선녀가 떨어뜨린 옥비녀)
宴罷瑤池阿母家 잔치 파한 요지의 서왕모의 집
嫩瓊飛上紫雲車 아리따운 비경이 자운거에 날아오르다가
玉簪墮地無人拾 옥비녀가 땅에 떨어졌는데 줍는 사람이 없어서
化作東南第一花 동남의 제일의 꽃으로 변하였네

3. <東國李相國集>의 이규보(1168-1241)도 이런 시를 남겼다.

代農夫吟(농부를 대신하여)
新穀靑靑猶在畝 햇곡식은 푸릇푸릇 논밭에서 자라는데
縣胥官吏已徵租 아전들 벌써부터 조세 거둔다고 성화로세.
力耕富國關吾輩 힘써 농사지어 나라 부강케 한 우리 농부거늘
何苦相侵剝及膚 어찌 그리도 침탈함이 극성스러운고.

이규보는 무신집권기에 새로이 진출한 신흥사대부로 후대에 일부 빈축을 샀으나, 민중의식이 두드러지는 위의 시는 그의 또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다분히 비판적 언사의 직설적 표현으로 부패한 관원들의 농민에 대한 수탈을 그려내고 있는데, 그 시적 표출방식이 조선 후기의 다산 정약용의 사회시 못지않은 절실함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⁵⁾

4. <金銅觀音菩薩 坐像>이 자그마한 독립 전시장에 전시 중이다.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을 저술한 백운경한(白雲景閑, 1299-1375)은 관음보살을 찾아 낙산사로 떠나는 중에게 가만히 물었다.⁶⁾

送人洛迦山(낙가산으로 가는 사람을 보내면서)
妙體由來無處所 묘체는 원래 일정한 거처가 없는 것
觀音豈在海門東 관음께서 어찌 바다 동쪽에만 계시리오
何處靑山不道場 푸른 산 어디인들 도량이 아니랴
何須特禮洛迦山 어째서 꼭 낙가산에 예를 올리리

5. 아래는 태고보우(太古普愚, 1301-1382)의 임종게(臨終偈)다.

辭世頌⁷⁾
人生命若水泡空 인생은 물거품 부질없는 것
八十餘年春夢中 여든 몇 해 생애가 봄 꿈속이라.
臨終如今放皮帒 죽음 임해 가죽 자루 벗어 더지니
一輪紅日下西峰 한 덩이 붉은 해 서산에 지네.

그는 원나라에서 뛰어난 선승으로 인정받았으나 정작 고려 국내 불교계에서 유력한 기반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역설적으로 이 사실이 장점으로 부각되어 부원세력을 배척하던 공민왕이 그를 국사로 책봉하여 기존의 불교계를 재편하려고 시도했다.⁸⁾ 고려실에는 <원증국사 보우의 행적을 기려 세운 비의 탁본>도 전시되어 있다.

한편 임종욱은 “이 시를 읽으면 고려 왕조와 운명을 같이 하면서 망국의 한을 노래한 여러 문인들의 회고가(懷古歌)들이 떠오른다. ‘석양에 호올로 서서 갈 곳 몰라 했던’ 목은(牧隱) 이색(李穡, 1328-1396)이며 백골이 진토(塵土)가 되어도 님 향한 일편단심(一片丹心)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면서 목숨을 초개와 같이 버린 포은(圃隱) 정몽주(鄭夢周, 1337-1392), ‘어즈버 태평연월이 꿈이라고’ 슬퍼했던 야은(冶隱) 길재(吉再, 1353-1419)의 노래가 이 임종게와 겹쳐지는 것은 무슨 까닭”이냐고 자문했다.⁹⁾

6. 고려실 끝에 <李穡先生 事實記> <圃隱先生集> <三峯先生集> 등이 전시되고 있는데, 세 선생은 널리 알려진 터여서 굳이 시까지 제시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에서 생략한다.

고려 건국 1100주년 기념 기획전시 <대고려전>은 다음달 4일 시작된다. 과연 ‘대’고려전인지는 관람객들이 판단할 일이다.(끝).

전영규 칼럼니스트

주.
1. 송재소, 『중국 인문 기행 2』 (창비, 2017), pp.345-354.
2. 지영재 편역, 『중국시가선』 (을유문화사, 2007), pp.437-438.
3. 송재소, 위 책과 같음.
4. 기태완, 『화정만필』 (고요아침, 2007), p.229.
5. 김진영 외, 『한국 한시 감상』 (보고사, 2012), pp.82-83.
박종기, 『새로 쓴 5백년 고려사』 (푸른역사, 2008), pp.318-319.
6. 金鎭達 編譯, 『韓國禪詩』 (열화당,1985), p.119.
김풍기, 『옛 시 읽기의 즐거움』 (아침이슬, 2002), p.129.
7. 정민, 『한시 미학 산책』 (솔, 1996), pp.391-392.
8. 최연식, “고려시대의 불교사상과 종파,” (국립중앙박물관 박물관역사문화교실㉗, 2018.11.21.), pp.8-10.
9. 임종욱, 『우리 고승들의 禪詩 세계』 (보고사, 2006),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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