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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일기 [ 2018.09.30 ]

[뉴스재팬=포사단필] 1919년생인 어머니는 2006년 9월에 돌아가셨다. 다행히도 ‘보통학교’ 4학년까지 다녔기에 한글을 깨우쳐 고단한 삶 가운데 1960년대 후반부터 단속적으로 일기를 남기셨다. 내용은 주로 자녀 걱정, 힘겨운 농사 얘기, 교회 얘기 등이다.

지난 16일 어머님 12주기를 맞아 모인 우리 남매들에게 한 인터넷 매체 칼럼난에 어머니 일기를 올릴 터이니 시간 내어 읽어보라고 일렀다.

문장은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글씨는 삐뚤빼뚤하고 맞춤법도 맞지 않는다. 군데군데 글의 연결이 어색하고 문득 막히고 멈추기도 하지만 뜻은 통한다. 맞춤법은 고치되 문장은 원문 그대로 올리면서 선비를 추모한다. 과연 장자인 내가 어머니의 심정에 맞도록 문단을 나누고 마침표와 쉼표를 찍었는지 하는 걱정이 남는다. 지난 일을 잘 모르는 손자 손녀들과 증손자 증손녀들을 위하여 끝에 몇 가지 설명을 붙였다.

**********************************

나의 일기

7月 17日 아버님 돌아가셨다.

7月 지나고 8月 초순이다. 소지뫼 갈나무를 치려고 일꾼 얻고 머슴할내 합해 5명이다. 샛술 내가고 보리쌀 삶아서 점심 준비하느라고 분주한데, 어느 여인이 애기 배서 만삭해가지고 5살짜리 사내애를 앞세우고 동냥을 동냥을 달라기에 너무 딱해서 얼른 동냥을 주어 보냈다.

나는 일꾼들 점심이 늦을까봐 분주하게 뛰는데 성미가 대문간에 와 엄마를 부른다. 왜 그래 하니, 방앗간에서 아까 엄마한테 동냥 가져간 사람이 배 아프다고 소리 질러 엄마 와봐 하나 점심이 늦어져 부지런히 점심을 해서 들에 내보내고 밥을 쟁반에 담아가지고 방앗간에 가보았다. 천만뜻밖에 배가 만삭이 되어서 동냥해간 여인이 해산할 지경이어 나는 너무나 안타깝고 놀랐다. 다행히 우리 방앗간에 보릿짚이라도 많이 들여놓았었다.

밥 쟁반을 사랑마루에 놓고 어린 아이 보고 먹으라 하고, 그 여인 보고 언제부터 이리 되었느냐 하니, 금방 애가 나오려고 해요. 나는 다 같은 여인, 해산고통이란 말할 수가 없는데 어쩌다가 저렇게 가련하게 되었나, 너무나 불쌍하다. 얼른 집에 들어와서 장속을 열고 애기 받을 헌옷을 찾아가지고 나갔다. 이 여자가 방앗간 보릿짚에서 벗어나 변소 추녀 밑 알바닥에다 벌써 애기 머리가 반이나 나와서 나는 깜짝 놀랐다. 얼른 가서 땅에다 지저귀를 깔고 애기 머리에 대고 어서 힘주라고 했더니 애기를 낳았다. 사내아이다. 아들 낳았어 했더니 이 여인은 그 중에도 예 아들에요, 반가운 기색을 띤다.

내 말이 왜 보릿짚에라도 낳지 왜 이 알땅에다 애기를 낳느냐 했더니, 여인 말이 남편 되는 사람이 딸 낳으면 안 본다고 나가라고 야단쳐서 할 수 없이 이렇게 나왔다는 거며, 딸 낳으면 이 변소에다 넣으려고 했어요. 무식한 인간생활이구나. 나는 책망을 했다. 가만히 있으라고 하고 집에 들어와 실과 가새를 가지고 가서 애기 삼을 갈라서, 지저귀에 싸고 잘 안아다 사랑방에다 뉘고 여인을 부축해 사랑에다 누으라고. 얼른 미역 빨고 쌀로 밥을 해서 해복간을 내 심성껏 했다.

산모 속옷도 만들어 입히고 애기 배안의 저고리도 만들어 입히고. 하루 이틀 지나도 이 여인 말 안 해서 달래고 꾸짖어서 물었더니, 자기는 연산 사람, 친정은 갈미 말무덤이라고 해서 친정 찾아가서 부모에게 알려서 삼일 오후 어머니가 와서 데리고 갔다. 친정어머니가 고맙다는 말을 몇 번이나 했다.

세상은 넓다고 볼 수도 있지만 생사화복을 다 갖추지 못한 인생들 있구나, 다시 한 번 생각했다.

***********************************

전영규 칼럼니스트

1. 1966년 음력 7월 17일에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 양력으로는 9월 1일이었다. 어머님의 48세 때의 일기다.
2. 소지뫼는 마을 어귀에 있는 1,500평 크기의 야산이며 그 앞으로 2,000여 평 갈대밭이 있었는데 해마다 가을에 갈대를 베어 말린 다음 겨울 연료로 사용했다. 산은 군사정권 초기 개간하여 경작지가 되었으나 부모님의 서울 이주 후 관리 부실하여 도로 산이 되었다. 갈대밭은 40여 년 전에 논으로 바뀌었다.
3. ‘할래’는 ‘까지’의 사투리다.
4. ‘성미’는 우리 7남매의 막내인데 초등학교 입학 전이었다.
5. 방앗간은 디딜방앗간을 말한다. 시골집은 서향인 안채를 중심으로 앞에서 볼 때 왼쪽(북)으로 광채, 오른쪽(남)으로 대문간채, 이렇게 디귿자(ㄷ)형태였다. 대문간채에 사랑방이 있었으나 곡간이 되었고, 안채 끝 방을 사랑방으로 사용했다. 바깥마당 위쪽에 안채와 나란히 긴 바깥채가 있었는데, 정면 오간, 측면 이간이었다. 첫 간에 디딜방아가 있었고 둘째 간 안쪽에 20여 장의 멍석이 쌓여 있었으며 그 앞에 보리를 수확한 뒤 남은 보릿짚을 쌓아두기도 했다. 셋째 간의 앞이 돼지우리였고 그 뒤는 남자들이 사용하는 바깥 변소였다. 끝으로 잿간이 이어졌다. 지금은 안채, 대문간채, 바깥채가 소실되어 빈터로 남아 있다.
6. “추녀”가 아니라 ‘처마’가 바른 표기이겠다.
7. ‘가새’는 ‘가위’의 사투리다.
8. ‘해복간‘은 ’해복구완‘을 빠르고 편하게 발음한 결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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