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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11.30 ]

[뉴스재팬=포사단필]

1.
외환위기 이후 20년이 경과했어도 IMF 징비록 한 권 내놓지 못한 나라.

2.
작년 이맘 때 이 나라에 참 낯간지러운 책 한 권이 선보였다. 이름도 거창한 ‘육성으로 듣는 경제기적 편찬위원회’에서 펴낸 『코리안 미러클 4 외환위기의 파고를 넘어』 (이계민 • 홍은주 집필, 나남, 2016)라는 책이다. 무용담이 요란하다.

우커밍스는 한국의 금융위기는 1960년대부터 장기간 지속되었을 뿐 아니라 모두가 인지하고 있던 개발주의의 딜레마를 해결하지 못한 결과라고 비판하였다.¹⁾

3.
이 책의 ‘육성으로 듣는 경제기적’ 4기 편찬위원장 강봉균이 쓴 ‘발간의 글’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이 책은 1997년 IMF 구제금융을 받기로 한 시점부터 2001년 외환위기가 공식적으로 종료된 시점까지 긴박했던 순간을 고스란히 담았다.”(p.5).

우리 사회의 상식으로는 어쩌다가 ‘외환위기의 파고’ 일격에 이 나라가 그처럼 허망하게 침몰 당했는지 그 ‘긴박했던 순간을 고스란히’ 담은 책이 이 책보다 먼저, 그리고 이 책보다 더 두꺼운 모습으로 발간되었어야 한다. 낯간지러운 책이 아니라 낯이 뜨거워지는 책이 먼저 나왔어야 한다.

이 책의 집필진 일동이 쓴 ‘편집의 글’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외환위기 극복역사를 좀더 충실하게 기록하려면 사전 징후가 현재화하기 시작한 1990년대 초반까지를 포함시켜 위기의 발생원인 등에 대한 종합진단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반론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외환위기의 발생원인과 처방 등에 대한 이견이 상존하는 데다 자칫 잘못 다루면 또 다른 논쟁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는 편찬위원회의 의견에 따라 외환위기의 발생경과는 프롤로그에서 간략하게 요약하고 주요내용은 김대중 정부의 위기극복 기간을 중심으로 편집했음을 밝혀둔다.”(p.8).

이는 교언영색(巧言令色)이자 엄목포작(掩目捕雀)이다. 반론을 외면하고, 이견에 적대적이며, 논쟁을 두려워하는 이 나라 고위 관료집단의 소아적 속성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한마디로 비겁하다. 도둑이 제 발이 저리다는 속담을 기억하였다.²⁾

4.
정덕구는 외채협상에는 재경원의 많은 직원들이 참여했으나 이들은 논공행상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됐기 때문에 아쉬움이 적지 않다고 썼다.³⁾

5.
조선왕조 인조실록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삼전도비(三田島碑)의 일을 완료하고 감역관(監役官) 이하에게 차등있게 상을 주었다. 살펴 보건대, 상을 받은 사람이 만일 사대부의 마음을 지녔다면 어찌 수치로 여기지 않겠는가.”⁴⁾

6.
이 나라 고위 관료집단의 무책임과 몰염치가 섬뜩하다.

전영규 칼럼리스트

주.

1) Meredith Woo-Cumings, “The State, Democracy, and the Reform of the Corporate Sector in Korea,” T.J. Pempel, ed. The Politics of the Asian Economic Crisis, (Ithaca and London, 1999), p.117. 정경유착, 관치금융, 재벌중심, 도덕적 위해(moral hazard) 등이 한국의 개발주의를 떠받쳤다.
2) 그들의 노력과 성과를 폄하하려는 뜻은 없다. 다만 일의 본말을 혼동하고, 경중을 분별하지 못하며, 완급의 조절을 무시하는 고위 관료집단의 행태가 가히 웃을 만하다고 여길 뿐이다.
3) 정덕구, 『외환위기 징비록』 (삼성경제연구소, 2008), pp.472-473.
4) 인조실록 39권, 인조 17년 12월 5일 정해 1번째 기사 1639년 명 숭정(崇禎) 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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