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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1 불 vs 책 한 권 [ 2017.10.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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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재팬=포사단필] 지난 24일 오후 국립중앙박물관(박물관) 중•근세관의 화요일 전시해설 자원봉사자 넷이 모처럼 3층 찻집에 모여 앉았다. 필자가 감기로 쉰 목소리를 내자 동료 오 선생이 목감기를 빨리 쫓아내라고 십전대보탕을 쏘는 자리였다. 창문 너머로 주한 미8군 사령부가 눈에 들어오면서 문득 은화 1불과 책 한 권이 떠올랐다.
2013년 12월 10일에 박물관의 기획특별전 “한국의 도교문화-행복으로 가는 길”이 막을 올렸다. 국립부여박물관에 전시 중이던 백제금동대향(대향로)도 이 특별전에 전시되기 위하여 귀한 나들이를 했다. 특별전 기간 중 필자는 먼저 상설전시관의 주요 문화재를 해설한 뒤 맨 끝 순서로 대향로를 설명하였다.
그날, 목요일 오후 2시의 외국인 관람객은 주한 미8군 사령부 민사처에서 온 20여 명이었고, 대향로를 설명한 다음 마무리 인사를 마쳤다. 인솔자는 일행에게 주목하도록 주의를 환기시킨 다음 해설자에게 고맙다고 인사한 뒤에 악수를 하면서 손에 조그만 걸 쥐어주고 고마워하는 마음의 표시라고 말했다. 살펴보니 플라스틱 케이스로 밀봉된 주화, 2003년에 발행된 무게 1 온스 은화 1 불(1 OZ. FINE SILVER-ONE DOLLAR)이었다.
자원봉사이므로 이런 걸 받지 않는다고 말하자 인솔자는 고마워하는 마음의 표시라고 되풀이해서 말했다. 그 마음이야 알겠는데 돈이 이 마음에 걸렸다. 1 달러건 100 달러건 돈은 돈이다. 받지 않겠다고 거듭 난색을 표하자, 그러면 이 작은 고마움의 표시를 박물관에게 전해달라고 말했다. 그거야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다음 주 화요일 중·근세관 근무일, 아침마다 자원봉사자실에 들리는 교육과 자원봉사 관련업무 담당 직원에게 자초지종을 말한 다음 은화를 넘겼다. 오후에 고려실과 조선실을 해설하고 돌아와 보니 그것이 중·근세관 자원봉사자용 테이블 위에 놓여 있었다. 담당 직원이 은화를 도로 가져와서 해설 대가가 아닌 순수한 감사 표시이므로 해설한 자원봉사자가 받는 게 좋겠다는 박물관의 뜻을 밝혔다고 한다.
꼭 한 달 전인 9월 24일 오후 전쟁기념관에서 필리핀군 지휘참모대학 장교단 일행 30여 명에게 6.25전쟁실(I-III) 해설을 마친 뒤 필리핀군을 비롯한 UN군의 한국전쟁 참전에 한 차례 더 감사인사를 했다. 인솔 장교가 고마워하는 마음의 표시로 건네주는 책¹⁾ 한 권을 은화 1 불과는 달리 망설이지 않고 받았다.
은화 1 불과 한 권의 책, 이 둘은 해설 대가가 아니라 고마워하는 뜻을 담은 사례로 볼 수 있는데, 자원봉사자가 이런 정도의 사례는 받을 수 있다고 치자. 그러나 은화 1 불은 해프닝 끝에 해설자가 소지하게 되었지만, 책(복사본)이 적어도 1 불 이상의 값어치가 있을 것임에도 즉시 받았다. 전자는 현찰이기 때문이었고 후자는 책이기 때문이었을까? 이건 좀 더 생각해볼 문제다.
전영규 칼럼리스트
주.
1) ELISEO D. RIO, 『Rays of a Setting Sun:Recollections of World War II』 (Quezon City, C & E Publishing Inc., 2016). 이 책에는 가격 표시가 없다. 즉 복사본이다. 복사본 아닌 정품이었어도 분명히 서슴없이 받았을 터이다. 출판사의 Website에 책 가격은 695 페소인데 재고는 없다고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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