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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all Fry에 관한 소고(II) [ 2016.02.29 ]

[뉴스재팬=포사단필]
1.
1982년 아르헨티나가 영국령 포클랜드(Falkland, 일명 Malvinas) 섬을 침략하기 한 달 전인 3월 어느 날 밤에 CIA 부국장을 역임한 순회대사 월터스(Veron A. Walters) 장군이 갈티에리(Leopoldo F.Galtieri) 아르헨티나 대통령을 만나서 아르헨티나가 포클랜드를 침공하면 미국은 당연히 영국 편이 된다는 점을 명심하라고 직접 귀뜸하였다. 갈티에리는 당시 술에 취해 있었지만 믿는 구석이 있었다.

미국 조야에는 미국 UN대사(Jean J. Kirkpatrick)를 포함하여 적지 않은 보수파 인사들이 영국보다는 중남미의 우파 정권을 지지함이 미국의 국익에 이롭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주제 파악을 못한 갈티에리는 영국은 대처 수상과 엘리자베스 여왕, 이 두 여인 다스리는 나라이므로 전쟁이 터지면 젊은이들을 희생시키기보다는 조급히 휴전협상을 원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였고, 미국도 중립을 지키면서 신속히 휴전협상에 나서도록 영국을 압박할 줄로 믿었다.

더구나 3월 8일, 군사문제도 다룬 바 있는 노련한 외교관 엔더스(Thomas O. Enders) 국무부 부장관이 갈티에리를 만나서 미국은 말비나스 섬에 관심이 없으며 아르헨티나가 침공하더라도 미국은 불간섭 입장((hands-off-position)을 견지할 것이라고 확인하였다.

아르헨티나는 당초에 개전일을 독립기념일인 7월 9일로 결정했으나 석 달 앞당겨 4월 2일 포클랜드를 침공했다. 그러나 앵글로색슨의 피는 먼로주의(Monroe Doctrine)를 압도했다. 6월 15일 아르헨티나는 무조건 항복했다. 정치적, 경제적 위기를 포클랜드 침략전쟁으로 우회하려던 군사정권은 곧 붕괴되었고 이어서 외채위기로 아르헨티나는 국가부도 상황에 몰리기 시작했다.¹⁾

2.
1990년 7월 24일, 미국 국무부 투튈러(Margaret Tutweiller)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쿠웨이트와 방위조약을 체결하지 않았으며, 특별히 방위 또는 안보 약정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²⁾

7월 25일, 사담 후세인(Saddam Hussein) 이라크 대통령은 바그다드 주재 글라스피(April Glaspie) 미국 대사를 초치하여 면담했다. 후세인은 쿠웨이트와의 국경분쟁 등을 거론한 끝에 참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언급하였다. 그는 10여 년 전에 미국이 이라크의 이란 침공을 반대하지 않았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미국이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을 반대하지 않을 것임을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의사를 확인한 글라스피 대사는 후세인에게 미국은 이라크와 크웨이트 간의 분쟁과 같은 아랍국가 간의 분쟁에 관여할 뜻이 없다고 밝혔다. 바로 후세인이 듣고 싶은 말이었다.³⁾

7월 31일, 국무부 켈리(John Kelly) 차관보도 하원 유럽‧중동 소위원회에서 미국은 걸프 지역의 어떤 국가와도 방위조약을 체결한 바 없다고 증언하였다.⁴⁾

후세인과 글라스피 대사의 면담 8일 후 이라크는 전격적으로 쿠웨이트를 침공, 불과 5 시간 만에 점령한 다음 쿠웨이트는 이라크의 19번째 주가 되었다고 선언했다.⁵⁾

미국의 대응은 신속, 강경했다. UN 결의 형식을 통하여 그 해 연말까지 어렵사리 34개국의 다국적군을 끌어 모았고, UN 결의안이 정한 이라크군의 철수시한이 경과한 다음 날인 1991년 1월 16일부터 이라크와 쿠웨이트 내 이라크 기지를 공습하기 시작했다. 걸프전쟁은 이라크를 초토화시키고 42일 만에 끝났다.

연후에 위와 같은 미국 관계자들의 언급은 결국 후세인으로 하여금 쿠웨이트를 침공하도록 유인하기 위한 발언이었다는 음모론(Bear Trap Theory)이 떠돌았다.⁶⁾

3.
필자는 1996년 9월에 세종로에 위치한 주한 미국 대사관을 방문했었다. 은행의 수출입 업무를 총괄하는 외환사무팀장으로 일할 때였는데, 은행이 관련된 우스꽝스러운 일이⁷⁾ 발생하여 미국 당국의 철저한 조사를 요청하는 공문을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대사관의 금융‧보험업무 담당 실무자의 사무실이 있는 6층으로 올라갔다. 담당자는 한국 여성이었는데 국적이 한국인지 물을 계제는 아니었다. 상황을 설명하고 나서 은행에서도 지점장의 성명과 서명이 유출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알린 뒤 공문을 전달했다. 일을 마치고 일어서면서 그녀에게 창문을 열고 건너편 정부종합청사를 좀 바라보아도 괜찮겠느냐고 물었다. 사진을 찍는 게 아니라면 잠깐 열어도 좋다고 말하면서 창문을 열어주었다. 주한 미국 대사관 6층에서 건너편 정부종합청사에 잠시 눈길을 보내면서 중얼거렸다.

“양키들이 얼마나 우습게 바라보았을까요?”

그녀의 응답은 즉각적이었다.

“요즈음엔 꼭 그렇지도 않아요.”

이 말을 뒤집으면 전에는 저들이 한국을 우습게 여겼다는 얘기가 되겠다. 은행으로 돌아오면서 그 말에 애써 의미를 부여하였다. 우리가 1987년 여름 민주항쟁으로 대통령 직선제를 회복하고 드디어는 군정을 종식시켰을 뿐만 아니라 착실한 경제성장으로 지구촌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국가, 민주화와 경제자립을 달성한 국가로 인식되고 있으니 “요즈음엔 꼭 그렇지도 않아요.”라는 서슴없는 반응이 가능했으리라.

그로부터 10여 년이 흐른 1997년 겨울, 이웃에 불이 났지만 내 집은 끄덕없다고 기고만장하며 딴전 부리던 우리는 IMF사태에 직면했다. IMF가 출동하여 한국을 응급실로 데려다 놓았지만 담당의사 미국이 방치하여 병세를 더 악화시킨 다음 중환자실로 보내버렸다. 우리 스스로 남들이 우습게 여길 짓을 저지른 결과였다.

4.
북한의 계속된 핵실험과 대륙간 탄도탄 발사, 남한의 개성공단 폐쇄 결정, 한‧미 간 사드 배치 협의 논의, UN의 강력한 북한 제재안 논의, 북‧미 평화협정 물밑 접촉, 중국의 북한 비핵화와 북‧미 평화협정 동시 논의 진행 주장, 미‧중 사드 철회-평화협정 빅딜 설, 러시아의 북한 제재안에 딴죽 걸기, 일본의 표정관리. 커다란 접시 위에 한반도를 올려놓고 나이프를 움켜쥔 저들이 바야흐로 다시 자신들의 입맛대로 비빔밥을 만들 참이다.

배달민족은 지구촌 앞에서 창피하다. 얼마나 지질히도 못났는가. 평화를 사랑하는 백의민족이라고 떠들면서 휴전선에 엄청난 무기를 배치하고 살벌하게 대치하는 형국이 지구촌 여러 민족 앞에 부끄럽다. 다른 민족들은 말은 그렇게 안 하지만 너희들 하는 짓이 참 우습다는 거다. 북에는 어쨌거나 중국이 있고 남에는 어쨌거나 미국이 있다는, 민족적 정체성의 상실이 지구촌의 웃음거리라는 거다. 너희들 꼴이 참 안 됐다는 거다.

small fry는 조무래기, 나부랭이, 중국식으로 말하면 바둑돌이다.

전영규 칼럼니스트

주.
1) James S. Henry, The Blood Bankers(New York: Four Walls and Eight Windows, 2003), pp.230-234.
2) 위 책, p.357.
3) Stephen Kinzer, Overthrow(New York: Time Books, 2006), p.287.
James S. Henry, 앞 책, p.357.
F. William Engdahl, A Century of War(Concord: Dr. Bő`ttiger Verlags-GmbH, 1993), P.240.
4) 2)와 같음.
5) Stephen Kinzer, 위 책, p.287.
6) James S. Henry, 앞 책, pp.358.
7) 미국 내 몇몇 도시에서 한국의 조흥은행이 발행했다는 수천 만 불짜리 가짜 지급보증서가 나돌고 있었고 외환업무팀 수입계로 여러 차례의 진위 여부 조회가 있었다. 우리 팀에서 받아본 위조 지급보증서 사본에는 은행의 현직 지점장 명의와 그의 위조 서명이 있었다. 필자는 미국 경찰과 한국 경찰의 중간에서 정보 교환을 돕고 양측의 수사 진전 상황을 중계하면서 일을 마무리하던 중 인사이동으로 외환사무팀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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