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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 조선반도 • 일본 (I) [ 2017.09.28 ]

[뉴스재팬=포사단필] 월초 4일부터 8일까지 5일 동안 나고야, 교토, 나라, 오사카 등 지의 미술관과 박물관을 주로 돌아보았다. 살펴본 순서대로 몇 줄씩 적는다.

1. 아이치현도자미술관(愛知縣陶磁美術館)
일본 도자를 시대별로 정리하여 전시하고 있다. 17세기 중 일본 도자의 비약적인 발전이 보였다. 임진왜란, 정유재란을 일명 도자기 전쟁이라고 한다.

2. 나고야 도쿠가와 미술관(德川美術館)
입장하면 관람 방향이 곧 왼편으로 꺾이는데, 두 번째 전시장에 일본의 국보로 지정된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의 긴 일본도(太刀, 타치)가 전시되어 있다. 도록에 따르면 중요문화재로 지정된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가 쓰던 태도와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가 쓰던 태도 또한 이곳의 소장품이다.
퍼뜩 을미사변이 뇌리를 스쳐갔다.

3. 교토국립박물관(京都國立博物館)
본관 2층 2전시실에 불화들이 전시되어 있다. 패널에는 불교가 인도에서 중국을 거쳐 일본으로 전래되었다고 쓰여 있다.¹⁾
5전시실은 중국회화실이다. 15점 남짓 중국 회화가 걸려 있는데, 2점의 한국 불화가 여기에 끼어 있다.²⁾ 두 작품의 국적 표기는 아래와 같다.

華嚴說相圖
朝鮮半島 朝鮮時代
三尊佛圖
朝鮮半島 高麗時代

일행 가운데 여럿은 박물관 뜰에서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1990년대 초 스탠퍼드대학교 캠퍼스에서 <지옥의 문> 실물을 처음으로 보았다. 히로히토 일본 왕의 죽음이 임박한 1989년 어느 날, 유럽의 한 신문은 ‘지옥의 사자가 기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³⁾

4. 광륭사(廣隆寺)
목조미륵반가사유상은 우리 금동반가사유상(국보 83호)과 참 많이도 닮았다. 재질이 소나무라는 사실은 일본 학계에 충격적이었고, 한일 간에 이 작품을 우리나라에서 제작하여 보냈다, 아니다 일본에서 만들었다 하면서 논란이 이어졌다.
우리나라 제작설의 가장 중요한 근거로 재질이 소나무임을 금과옥조처럼 들고 있으나 한 나무학자는 재질이 소나무라는 것은 반가사유상의 제작지를 추정하는 참고인자이지 결정적인 요인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소나무는 우리나라와 일본 모두에서 자라며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과학지식으로는 우리 소나무인지 일본 소나무인지를 밝혀낼 방법이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⁴⁾

5. 라쿠미술관(樂美術館)
일본 최고의 다완(茶碗)을 만든 락가(樂家)의 창업자는 조선인 기와장(瓦匠) 장차랑(長次郞)이라고 하는데, 미술관에는 그의 작품 2점을 포함하여 락가 역대 주인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일본의 다성(茶聖)으로 추앙받는 센노 리큐(千利休)가 그의 주인이었다. 리큐가 장차랑이 만든 라쿠야키(樂燒)다완을 즐겨 사용한 사실이 뒷날 히데요시가 리큐에게 죽음을 내린 간접적인 이유의 하나가 되었다고 한다.⁵⁾ 장차랑은 1589년에 사망하였는데 임진왜란이 터지기 3년 전이다.

6. 가와이 잔지로 기념관(河井寬次郞記念館)
가와이 잔지로는 일본 근대도예가의 거장으로 추앙받는다. 한국에서는 조선백자가 그의 전생에 걸친 도업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한다.⁶⁾
방명록에 한 줄 썼다. “선생의 조선백자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7. 나라국립박물관(奈良國立博物館)
이곳 소장품의 국적 표기 예는 아래와 같다.

中國 唐
日本 平安時代
韓半島 統一신라

8. 大和文華館
1980년 이곳에서 일본 최초로 고려 불화 특별전이 열렸다. 고려 탱화 53점과 사경변상도 17점을 한자리에 모은 이 특별전은 한국 미술사 연구에 한 획을 긋는 기념비적 전시회였다고 한다.⁷⁾ 2012년 10월에 열린 국립중앙박물관의 기획전시 천하제일 비색청자전에서 처음 본 <청자 구룡형 정병>이 이곳 소장품이다. 소장품의 국적 표기 예는 아래와 같다.

中國 • 南北朝時代(東晋)
日本 • 江戶時代 中期
朝鮮 • 三國時代(新羅)

9. 법륭사(法隆寺)
5중탑과 금당을 뒤로 하고 대보장원(大寶藏院)으로 향했다. 백제관음당에는 비조시대(飛鳥時代)의 백제관음상이 서 있다. “國寶 觀音菩薩像(百濟觀音)”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우리나라에 저렇게 늘씬한 보살상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명칭에 “百濟”가 들어 있는 연유는 명확하지 않다고 한다. 재질이 녹나무이기 때문에 일본에서 제작되었다는 주장도 대두되었다.

최근식은 영국박물관 일본실에 전시된 이 보살상 복제품의 표기 “百濟觀音立像, Statue of Kudara Kannon”과 법륭사 현지의 표기인 “觀音菩薩像(百濟觀音)”을 대비했다. 이 대비를 통하여 보살상의 명칭이 당초 “百濟觀音”에서 현재의 표기인 “觀音菩薩像(百濟觀音)으로 바뀌었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판단한 그는 이렇게 썼다. ”명칭을 전환시키기 위한 중간단계로서 ‘백제’를 뒤로 돌리면서 괄호 처리해 놓은 것이 아닌가 짐작된다. 아마도 몇 십 년 후에는 뒤의 괄호 부분을 삭제해버릴 것이 분명하다는 생각이 든다.”⁸⁾

10. 백설조고분군(百舌鳥古墳群, 前方後圓古墳群)
일본 역사상 최고의 어진 군주로 알려진 제16대 닌토쿠천황(仁德天皇)은 즉위 얼마 후 인민들의 고통을 덜어주고자 6년 동안 과세를 중지했다. 그의 시대는 ‘성스런 세상’이었고 그는 ‘성스런 제왕’이었다. 천황가의 역사에서 이만한 천황은 두 번 다시 등장하지 않는 것 같다.⁹⁾
전방후원고분군 가운데 가장 장대한 그의 능은 세계적인 크기를 자랑한다. 고고학적으로 닌토쿠 王의 능인지는 확인된 바 없다.

11.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大阪市立東洋陶磁美術館)
오사카 초대 영사를 지낸 재일교포 사업가이자 경제학자인 이병창(1915-2005)이 평생 모은 한국도자기 301점과 중국도자기 50점을 이 미술관에 기증하였다.¹⁰⁾ 한국도자실 입구 표제판만은 “韓國陶磁室”로 쓰여 있다.
하필 4월 8일부터 헝가리도자특별전이 열리고 있어 상시 전시품의 수량도 대폭 줄었고 전시 장소도 제자리가 아니었다. 이 때문에 이병창 컬렉션은 단 한 점만 전시되고 있다.

鐵砂 梅鳥文 壺
朝鮮時代 • 17世紀後半/李秉昌博士 寄贈
Joseon dynasty, second half of the 17th century/Gift of Dr. RHEE Byung-Chang

12. 목조미륵반가사유상과 백제관음상의 원산지에 관한 설왕설래, 칠지도의 성격에 관한 갑론을박, 광개토대왕비문의 해석에 관한 옥신각신 등의 모습을 보면 일부 한일 역사학자들은 학자이기에 앞서 일단 국수적 애국자 집단으로 퇴행하여 민족적 감정으로 대결하는 경향을 보여 왔다.
오사카 한국문화원의 박영혜 원장은 한일 역사학자들이 마음의 문을 조금 더 연다면 고대문헌에만 갇혀 있던 한일 양국과 왕가들 간의 비밀한 관계가 ‘신화’에서 깨어나 ‘역사’의 무대 위로 다시 올라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¹¹⁾

도지마강 강변을 서성거렸다.
대상 자체에 집중하기 어려운 답사, 불편한 여행이었다.

전영규 칼럼리스트

주.

1. 고향 부여에는 1972년 5월에 백제가 일본에 불교를 전해주어 고맙다면서 日本 佛敎傳來謝恩事業會가 건립한 ‹佛敎傳來謝恩碑›가 서 있다. 비문의 첫 줄은 이렇다. “日本佛敎는 日本國欽明朝(西紀 五五二)에 百濟 二六代 聖王이 傳한데에서 시작된다”
2. 1979년 가을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에 들렸더니 한국의 장구를 중국실 한구석에 넣어 전시하고 있었다,
3. 이규배, ⌜반일 그 새로운 시작⌝(도서출판 푸른숲, 1997), p.172.
4. 박상진, ⌜역사가 새겨진 나무이야기⌝ (김영사, 2004), pp.61-66.
5. 이토 고칸(伊藤古鑑) 지음, 김용환•송상숙 옮김, ⌜茶와 禪⌝(산지니, 2016), p.93-97. 부족하고 불완전한 것에서 아름다움을 볼 줄 아는 미적 감수성, 평범하기 그지없는 조선의 막사발을 일본 최고의 명물 찻잔으로 사랑하는 일본인의 비대칭성의 아름다움에 대한 미적 감수성은 널리 알려졌다. 이것에 관련된 유명한 에피소드에는 센노 리큐와 그의 스승 다케노 조오(武野紹鷗)가 등장한다 (박규태, ⌜일본정신의 풍경⌝ 한길사, 2009, pp.166-168).
6. 김인규, “조선백자가 일본 근대도예가 카와이칸지로(河井寬次郞)의 도업(陶業)에 미친 영향,” ⌜한국도자학연구⌝ 제6권 제2호, p.22, 한국도자학회, 2010.
7. 유홍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 2 아스카•나라⌝(창비, 2016), pp.198-203.
8. 최근식, ⌜한국 해외문화유적 답사비평⌝(어드북스, 2013), pp.92-93.
9. 이규배, ⌜누가 일본의 얼굴을 보았는가⌝(푸른역사, 1999), pp.83-86.
10. “평생 모은 301점의 한국도자기와 중국도자기 50점을 합해 총 351점을 기증해 이루어진 그의 컬렉션과 동경의 집과 부동산을 처분한 연구기금이 1999년 한국 아닌 일본에 기증된 것을 두고 충격 받은 사람들이 많았다.”(김유경, “재일 한국인 이병창 박사의 고국 사랑,” ⌜프레시안⌝ 2007.8.3). 그가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에 기증하면서 내세운 조건의 하나로 국적 표기를 ‘韓國’으로 요구하였다고 한다.
11. 허문명 외, ⌜한국의 일본 일본의 한국⌝(은행나무, 2016), p.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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