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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선생님을 잘 부탁합니다.” [ 2012.02.18 ]



쿠바의 한인들 -100년 이민 역사 속으로




주: 쿠바 한인 관련 글은 누구든 글과 사진을 무료로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단 출처와 크레딧을 표기해 주십시오. 많은 분들께 이들의 어려움을 알리고 싶습니다. 혹 사진이 별도로 필요하신분은 연락주시면 보내드리겠습니다.



글| 사진: 이덕일, 코리안 뉴스/밴쿠버 캐나다 (info@hankookin.ca)



4년 전 쿠바 한인을 방문했을 때와는 느낌이 아주 달랐다. 가슴 깊이 저며오는 슬픔을 내내 억누르며 그들을 마주 해야했던 그때와는 달리 지금은 다시 만나는 기쁨이 더 했다. 나를 알아보며 기억해주는 그들에게서 가족이 따로 없음을 느꼈다. 우리 일행 중 한명은 몇 년 전 처음 이들을 보았을 때 3일 내내 울며 다녔다고 했다. 그녀는 이번 여행에도 동행했지만 더는 울지 않는다. 오히려 제일 씩씩하게 이들과 어울려 얘기한다. 아마 나도 그녀와 같은 느낌이리라고 생각했다.



이들이 겪는 생활에서의 어려움은 다를 바 없다. 아니 더 어려워졌다고 한다. 난 여유로 가지고 간 돈이 없어서 선물은 사지도 못했지만, 쇼핑몰에 가도 물건이 별로 없었다. 쿠바의 특산물 중 하나인 커피도 찾기 어렵다. 그러니 쿠바 한인들의 삶도 어려워졌으면 어려워졌지 더 나아진 바가 없다. 그런데 이들의 모습에서 슬픔을 찾아볼 수 없었다. 우리가 준 선물에서 가방을 받아든 호르헤(George)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누나 리엔(Rien)에게 달려가 보여주며 자랑을 한다. 가방에 달린 주머니를 열어보며 신기해하는 모습에 나의 마음은 한없이 기뻤다. 어른 쿠바 한인들은 우리가 선물을 줘도 절대로 열어보지 않는다. 자존심도 있지만, 선물보다는 우리 일행을 맞는 것에 더 큰 의미를 준다는 의식적인 행동일 것이다. 하지만 나중에 들은 얘기는 선물을 너무나도 좋아한다는 것이다. 선물을 전적으로 담당하는 이진남씨는 옷은 일일이 다리미로 다려 바듯하게 펴서 지프-록에 담아 준다. 그들도 선물을 받으면 어떤 성의가 담겨있는지 안다. 한번은 한 한인 단체가 와서 현금 $10씩을 나눠주면서 “여러분을 돕기 위해 왔습니다.”라고 했다고 말한다. 그들 얘기가 너무 창피하고 슬펐다고 했다. 매번 이 선생님은 이런 얘기도 들어야 한다.



이번 여행을 독자들에게 알려야 하는 나는 무엇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지 많은 고민을 했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미디어사들이 취재한 쿠바 한인에 대한 촛점은 대부분이 이들의 슬픈 이민사에 맞춰져 있었기 때문이다. 2008년 <코리안 뉴스>의 자매지 <한국인>의 밴쿠버에서 처음 실은 르포기사 ‘나는 쿠바에서 살고있는 한국인입니다.’도 예외가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첫 여행 때와는 사뭇 다른 이 복잡한 감정은 무엇을 의미하는지’였다. 첫 여행때에는 슬픔과 가난만 보였다면 이번 여행에서는 더 멀리서 바라볼 수 있었다. 그래도 무엇을 써야할지는 갈피도 잡지못하고 첫 방문지인 한인 동포들이 모여 살고 있는 까르데나스에 도착하였다. 그 곳에서 문득 쿠바의 젊은 한인 후예들을 다루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할머니 할아버지의 슬픈 이미 역사를 뒤로하고 젊은이들은 건강하게 밝게 그리고 당당하게 자라고 있었다.



이들 앞에서 이젠 눈물을 보이지 않을 것이다. 엄밀히 말해 한국 정부는 이들에게 큰 빚을 지고 있다. 이민 사기를 인지하고 있었으면서도 용인하였으며 나라를 일본에 빼앗김으로써 이들이 다시돌아올 수 없게 되었으며 쿠바가 사회주의화하자 이들을 포기하였다. 하지만 이들은 어땠는가? 한국 임시정부 시절 노예와 같은 삶을 사는 이들이 꼬깆 꼬깆한 돈으로 독립자금을 모아 보내줬다. 뿐만 아니라 한국의 문화와 전통을 잊지 않으려고 갖은 방법을 동원해 한글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해왔던 이들이다. 쿠바 한인의 큰 중심이었던 헤르니모 임 김씨 (2006년 세상을 떠났다. 그는 상하이 임시정부를 후원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1997년 8월 건국훈장 애국장을 받았다. 최초의 쿠바 한인 이민사를 발간한 임천택씨의 장남으로서 한인 중에서는 처음으로 대학에 들어간 인물. 그는 체 게바라, 피델 카스트로와 함께 혁명을 함께한 주역 중 하나이다. 그가 남긴 유언서에는 얼마나 그가 쿠바 한인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힘을 쓰고 있었는지를 알 수 있다.)는 그래도 조심스럽게 가칭 ‘쿠바 한인 커뮤니티’라는 이름으로 계속하여 한인 후손들을 찾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지금 쿠바 한인 커뮤니티를 이끄는 사람은 없다고 보면 된다. 헤르니모 임 김씨는 생전에 쿠바 한인 노인가정을 위한 보조금을 한국 정부에 요청하는 데 힘을 기울였다.



우리가 이렇게 방문해서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 없는 것보다 낫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틀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쿠바의 한인 동포 가정은 약 180여 가구 정도 된다. 각 가정에 월 $20씩 연 $240이면 $43,200이다. 대한민국에서 이 정도의 예산도 지원하지 못하는가? 아니면 민간단체와 힘을 모아 이 정도의 기금을 마련하지 못하겠는가? 쿠바는 외교적으로 멕시코 대사관 담당이다. 하지만 민간 차원에서 가장 많은 지원을 하는 곳은 캐나다이다. 쿠바의 국가 제1 산업은 관광이다. 이 관광의 대부분이 캐나다 관광객이다. 특히 쿠바 한인을 14년간이나 보살펴 온 캐나다 교민 이일성 이진남 부부의 이야기는 내가 들은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그런데 이번 여행이 매우 특별했다. 사실 이일성씨는 지난해 갑자기 닥친 뇌졸중으로 왼쪽 반신이 마비되어 거동할 수 없을 정도였다. 다행히 지금은 언뜻 보아서는 알 수 없을 정도로 회복되어 장거리 자동차 운전도 직접한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쿠바 한인들은 지난해 난리가 났었다. 다시는 볼 수 없을 뻔한 이 선생님을 봤으니 얼마나 반가웠겠는가? 특히 까다롭기로 유명한 파블로 박씨는 열 번도 넘게 이 선생님을 끌어안으며 보고 또 보고 하였다.



이번 여행에서 쿠바 한인들이 우리 일행에게 자신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 있다며 특별히 부탁한 것이 있다. 선생님이 듣지 않도록 몰래 작은 목소리로 하지만 단호하게. “우리 선생님을 잘 부탁합니다.” 그도 나도 눈물을 글썽였다.



편집자 주
간혹 기자 중에 기자 정신이 도를 넘는 경우를 자주 본다. 극단적인 반응을 보기 위해 일부러 무례한 질문을 하기도 하고 카메라 플래쉬를 사정 없이 터뜨리는 기자/ 사진기자 말이다. 그리고 대부분 기자들에겐 자신들이 원하는 기사의 방향이 있어 그 방향으로만 인터뷰를 맞추는 못된 경향이 있다. 난 그런 기자들과 거리가 멀다. 아주 소극적인 기자이다. 질문보다는 듣기를 즐겨하며 그들이 말할때까지 기다린다. 그리고 대부분 카메라 플레쉬는 사용하지 않는다. 그리고 소형 카메라를 즐겨쓴다.

물론 이번 여행을 기록하기 위해 따라 갔지만, 우리 일행과 그들의 만남에 방해되지 않도록 조심했다. 쿠바 한인과의 만남 그 자체보다 우선일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좋은 사진이 없어도 독자들의 이해를 바란다.



사진: 우리가 준 선물에서 가방을 받아든 호르헤(George)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누나 리엔(Rien)에게 달려가 보여주며 자랑을 한다. 가방에 달린 주머니를 열어보며 신기해하는 모습에 나의 마음은 한없이 기뻤다.(사진 아래 왼쪽에서 3번째) 까다롭기로 유명한 파블로 박씨는 열 번도 넘게 이 선생님을 끌어안으며 보고 또 보고 하였다. 박씨는 눈물도 많다. 웃음도 많다. 짦은 시간 만남이지만 울고 웃고를 몇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사진) 우리 일행이 방문한 도시에서 단체사진. 까르데나스, 마탄 사스, 하바나 (사진 오른쪽 위부터) 세실리오 박은 언제나 기타를 잊지 않는다. 그가 있는 곳에는 언제나 음악이 있다. 여행를 떠나기전 밴쿠버 공항에서 찍은 단체 사진. (사진 아래 맨 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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