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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시인의 기념비 건립에 대하여 [ 2008.11.14 ]

2004년 11월, UN총회에서는 ‘제 2차 세계대전 종결 60주년 기념 결의’가 만장일치로 채택되어 5월 8, 9일 양일을 유럽과 아시아에서 이를 기념하는 ‘기억과 화해의 날’로 선언하였습니다.

우리들은 UN의 ‘기억과 화해의 날’ 선언을 존중하며, 일본 정부가 역사의 ‘기억과 화해’를 지향하여 하루라도 빨리 실천에 옮길 것을 바랍니다. 그리고 이와 동시에 시민들도 앞장 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치안유지법이 시행된지 80주년을 맞이하는 오늘, 침략 전쟁을 반성하고 참된 화해를 위해 치안유지법의 희생자인 윤동주의 기념비를 건립할 것을 호소하는 바입니다.

1995년 2월16일, 교토 도시샤대학의 이마데가와 캠퍼스에 한국의 대표 시인인 윤동주의 시비가 만들어졌습니다. 이것은 윤동주와 같은 한국인 졸업생 모임인 ‘도시샤 한국인 교우회’에 의해 건립된 것으로, 당시 취지문에는 “나라와 민족, 종교, 사상 등을 떠나 돌아가신 분들의 진혼가”라고 쓰여져 있습니다.

윤동주(1917~1945)는 옛 만주 (現 중국 동북부) 간도에서 태어나 1941년 연희전문학교(現 연세대학교)를 졸업하고, 이듬해 ‘히라누마 도추’라고 창씨개명한 뒤 릿쿄대학으로 유학을 갔습니다. 같은 해 10월, 도시샤대학 영문과에 입학한 그는 1943년 7월14일 ‘치안유지법 위반 혐의’로 교토 시모가모 경찰서에 체포 기소되어 징역 2년형을 받고 후쿠오카 형무소로 옮겨졌지만, 1945년 2월16일 27세의 젊은 나이로 옥사했습니다. 윤동주의 사망 원인은 아직도 베일에 싸여 있습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체포 기소된 뒤,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옥사한 고종사촌형 송몽규(교토제대생, 1945년 3월10일 사망)의 증언에 따르면 두 사람 모두 정체를 알 수 없는 주사를 매일 맞았다고 합니다.

유해는 멀리 간도에서 달려온 아버지에 의에 화장되었고, 다 담지 못한 유해는 고향으로 돌아가는 도중 현해탄에 뿌려졌다고 합니다. 아들의 유골을 안고 조선 반도의 남에서 북까지 가는 아버지의 길은 얼마나 멀게 느껴졌을까요.

1910년 윤동주 일가는 기독교에 입교했습니다. 일제에 의한 한국 강제 ‘합병’ 이후, 간도에는 토지를 빼앗긴 농민들이 거친 땅을 일구어 살았으며, 독립운동 지사들도 이곳을 거점으로 항일운동을 전개하고 있었습니다. 윤동주는 이런 분위기 속에서 민족정신과 신앙심을 키워갔습니다.

윤동주의 죄는 다름 아닌 한글로 시를 썼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독립운동으로 간주되고, 이로 인해 ‘치안유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것입니다. 단지 모국어로 시를 썼다는 이유로 큰 변을 당하게 된 것은 누구의 탓인가요. 당시 일본 통치 하에 있던 조선에서는 조선의 민족성을 빼앗고, ‘황국 신민화 정책’을 위해서 고유의 언어인 한글 사용이 금지되었고, 인격의 표상인 이름도 창씨개명을 강요당했으며, 국어라면 일본어라고 하는 상황에 있었습니다. 윤동주는 이 속에서 민족 문화를 지키기 위하여 하숙방에서 남몰래 한글로 시로 짓고 있었던 것입니다.

윤동주는 체포되기 두 달 전인 1943년 5월, 도시샤대학 학우들과 우지 아마가세 현수교를 찾았습니다. 이 때 찍은 사진이 한장 남아 있습니다. 수줍은 표정의 윤동주를 가운데 두고 친구들이 웃으며 나란히 서 있습니다. 이것이 윤동주의 마지막 모습입니다.

우리들은 윤동주가 단 한 순간이라도 편안한 모습을 보인 우지 아마가세 현수교 근처에 그를 기념하는 비를 세우고자 뜻을 모았습니다. 그의 모습을 이 곳에 새기며 식민지 통치와 황민화 정책으로 일관했던 침략 전쟁을 반성하고, 참된 ‘화해’를 위한 미래의 ‘상징’으로 남기려 합니다.

작년 2005년 5월 30일에도 아마가세 현수교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윤동주를 추모하며 우지강에 헌화하였습니다.

현재 윤동주 시인의 기념비 건설에 찬동해 주시는 분들은 한국인과 일본인을 비롯 총 119명(2006년 3월 기록)이며, 이들의 힘과 열정으로 윤동주 시인의 기념비는 오는 2007년 3월에 건립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들의 작은 소망들이 모여 큰 흐름이 되고, 모든 아시아인의 참된 우호와 평화, 그리고 ‘화해’로 이어진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 2006.05.24 ]

이시이 히로시, 일본 센난마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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